한나라당이 17일 결국 대선자금 특검을 공식적으로 들고 나왔다. 그간 여론을 고려해 대선자금에 관한 한 ‘특검법’ 언급을 자제해 왔으나, 16일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 불법자금의 10분의 1을 넘으면 정계은퇴’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 한나라당을 비난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칼을 뺐다. 한 고위당직자는 “새 특검의 역할은 대통령의 이중성을 증명하는 ‘10분의 1 특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검찰에 대한 불신도 드러냈다. 최병렬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5대 재벌을 다 조사했는데 대통령측은 단 한 푼의 부정한 돈도 받지 않았다는 것 아니냐. 검찰은 도대체 수사를 한 건가, 하지 않은 건가”라며 “이는 검찰이 수사를 안 했거나 수사를 했어도 이를 은폐했다고밖에는 볼 수 없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최 대표는 이날 야3당 간 특검 도입을 위한 협상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거의 특검법들은 ‘무조건 밀어붙인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번에는 ‘협의를 시작하겠다’는 완곡한 표현을 사용했다. 민주당 입장도 살려주고 여론을 살필 여지도 남겨두기 위함이다.
그러나 대선자금 특검에 대한 의지는 매우 강한 편이다. 최 대표는 회견에서 “대통령이 당선 이후 돈 받은 것이 확인되면 형법상 사전수뢰죄(事前受賂罪)에 해당하고 대통령 위상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대선자금 특검법의 ‘효험’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최 대표가 발언에 일부 ‘여운’를 남겼듯 대선자금 특검에는 변수가 적지 않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정치권의 치부를 굳이 더 드러내야 하느냐” “진짜로 10분의 1도 안 되면 어쩌냐” “맨날 특검만 하느냐”는 일부 반대가 있다.
기술적인 문제도 있다. 모든 정치인과 모든 기업, 모든 지구당을 다 수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공정성을 위해 특검을 국회의장이 임명하자는 생각에 대해서도 이미 박관용 의장은 “3권분립에 위배된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소수이긴 하지만 여당의 반대도 감안해야 한다. 열린우리당은 당장 “낡은 정치공세이고 적반하장이다. 검찰수사에나 협조하라”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한나라당이 ‘협의하겠다’며 손을 빌리려 하는 민주당도 기본적으론 찬성이나, 생각이 많다. 민주당은 이미 수차 특검 도입을 주장해 왔고, 이날도 논평을 통해 “이미 특검법을 준비하고 있으며 시기는 민주당이 독자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도 지지층들 눈치를 살펴야 하는 입장이다. 전통적 지지층은 한나라당과 공조하는 모습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왔다. 조순형 대표는 “불법 모금 당사자인 한나라당이 대선자금 특검을 주장한 것은 스스로 할 말이 아닌 것 같다”며 “최근 정국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을 19일을 전후해 발표할 것을 고려 중”이라고 말해 ‘주체적’으로 판단할 것임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