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3)=상하이 8강전 후일담 한 토막. 귀국 행 비행기에 한 발 먼저 오른 우리 젊은 기사들 사이에 난리가 났다. 비즈니스 석 뒷 편에 은막 스타 전지현이 타고 있었던 것. 머뭇거리는 조한승 원성진 등과 달리 이세돌은 사인지를 들고 용맹하게 돌진했다. '바둑계 거물'이 남의 사인 받겠다고 체면을 몰수하다니…. '행동하는 청춘' 쯤으로나 해 둘까?

이 바둑의 하일라이트가 펼쳐진다. 62에 붙이고 64로 맞끊은 수. 이걸로 흑은 졸지에 곤란해졌다. 65로 참고 1도 1로 단수치면 백 8까지 패. 이건 흑의 부담이 너무 크다. 수순 중 3으로 7은 백 5가 있다. 결국 69까지 백이 요석 3점을 잡고 살고 선수 뽑아 70으로 날았으니 흑이 단단히 망한 결과다.

다리를 꼰 채 대국하던 이세돌이 어느 새 바짝 바둑 판 앞으로 당겨 앉았다. 입술을 자근자근 씹는 품이 꽤 당황한 눈치다. 7분 여 만에 71, 73. 하긴 이제 흑에게 남은 희망은 이 백 미생마 뿐이다. ‘백면 서생’ 조한승의 흰 팔이 천천히 돌 통으로 항한다. 여기서 백의 착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