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6일 필요할 경우 검찰 조사도 받겠다고 말함에 따라 그는 앞으로 3번 검찰이나 특검 수사를 받게 될 수도 있다. 현재 대검에서 하고 있는 대선자금 수사, 이 수사가 끝난 뒤 대선자금 특검이 도입될 경우 이 특검의 수사, 그리고 내년 1월 초 시작되는 자신의 측근비리 특검 수사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에 응하겠으며, 나중에 국회가 대선자금 특검을 정해주면 이의없이 받겠다고 말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불법대선자금 문제 등주요 현안에 대한 특별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지금 진행 중인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처럼 자진해서 검찰에 나갈 생각은 없으며 『검찰에서 수사상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조사하겠다고 하면 와서 조사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따라서 노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일단 검찰의 수사 결과에 달려 있는 셈이다. 노 대통령이 불법자금 수수 사실을 지시하거나 알고 있었다는 단서가 드러날 것이냐가 관건이다. 검찰 관계자는 『아무리 대통령이 조사를 받겠다고 해도 단서도 없는 상태에서 의혹만 갖고 현직 대통령을 조사하겠다고 나설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근 노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安熙正·열린우리당 충남도지부 창당준비위원장)씨와 이광재(李光宰·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씨가 불법 대선자금을 받은 데 연루된 혐의를 잇따라 확인했다. 썬앤문 사건에서도 손영래(孫永來) 전 국세청장에게 감세청탁을 했는지를 놓고 노 대통령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노 대통령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노 대통령 조사 문제를 언급할 단계가 아니라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문효남(文孝男) 대검 수사기획관은 “(대통령에 대한 조사 필요성은) 지금 검토한 적도 없고, 검토할 단계도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의 조사에서 노 대통령 관련 단서가 나올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 뿐만 아니라 내년 1월의 측근비리 특검 및 향후 대선자금 특검이 이뤄질 경우에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법조계에선 단서가 있더라도 실제 조사가 이뤄지기까지는 많은 논란이 따를 것으로 예상한다. 대통령은 내란이나 외환의 죄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소추(기소)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 규정때문이다. 이를 놓고 형사소추가 불가능하다면 수사 역시 할 수 없다는 의견과 재직 중 형사소추를 금지하는 것이지 수사까지 막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맞서 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조사가 이뤄질 경우 청와대 방문조사나 서면조사 가능성이 예상된다. “필요하면 청와대로 와서 조사하라”고 한 노 대통령의 언급과 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등을 감안할 때 청와대 방문조사가 가장 유력해 보인다.

노 대통령 조사 문제는 이회창 전 총재 조사 문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재가 대선자금 문제로서 사법처리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상대 후보였던 노 대통령 수사 수사도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의 불법 행위가 확인되더라도 실제 처벌은 퇴임 후에나 가능하다. 노 대통령은 최근 “한나라당 불법자금의 10분의 1이 넘으면 정계은퇴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정치적인 발언일 뿐 단 1억원이라도, 즉 액수에 관계 없이 불법이 드러나면 사법처리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