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의 중심부 사둔 거리의 주유소. 미군 브래들리 장갑차 2대가 상주하는 이곳에는 종일 500여m의 차량 행렬이 주유를 기다리며 늘어서 있다. 15일 만난 아하메드(33)는 “10시간 정도 기다리고, 심하면 밤도 새우지만, 그나마 주유소에서 ‘기름 없다’고 하면 헛수고”라고 말했다.

고속도로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유소란 주유소 주변은 온통 차량의 장사진(長蛇陣)이다. 휘발유가 완전히 떨어져 운전석 앞문을 잡고 차를 밀며 전진하는 운전자도 있다. 이런 차량들로 체증도 곳곳에서 빚어진다.

석유 부족은 이라크 전역에서 ‘암거래꾼(blackmarketer)’들을 양산한다. 65%에 달하는 높은 실업률 속에, 가진 건 시간밖에 없는 실업자들이 주유소에서 기름을 사서 바쁜 운전자를 상대로 폭리를 취한다.

고속도로에서 만난 암거래꾼 칼릴리(53)씨는 “평소 주유소에선 휘발유를 60ℓ 채워도 1달러(약 1170이라크디나르)면 되지만, 주유소가 아닌 곳에서 휘발유를 넣으려면 10배 이상의 가격을 지급해야 한다”며 “나는 5배만 받는다”고 말했다. 고속도로 주변에 흔한 암거래꾼들은 흥정이 끝나면 찌그러진 깡통에 고무호스를 넣고 입으로 ‘쭉’ 소리가 나게 빤 뒤 주유를 시작한다.

이라크의 한 고속도로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기 위한 차량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다. 석유 매장량 세계 2위인 이라크에서 기름 얻기가 힘들어지자 국민들의 불만은 폭발 일보 직전이다.

바그다드의 유류난(油類難)은 16일로 2주째다. 이라크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매장량 세계 2위(1300억배럴·한국 외교통상부 자료)의 산유국이다. ‘기름천국’에서 기름 얻기가 이렇게 힘들고 몇 달째 단전(斷電)까지 계속되니, 국민들의 불만은 폭발 일보 직전이다.

사태의 원인분석은 여러 갈래다. 저항세력이 곳곳의 송유관을 끊거나 폭파해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 정유(精油)에 필요한 첨가물 부족 때문이라는 설, 폭리를 노린 주유소측의 매점매석 때문에 사태가 악화된다는 것 등이다. 탓이 분분한 가운데 이라크인들 사이에선 “미국이 다 가져갔다”는 등의 불만이 터져나온다.

공급이 더 달리는 디젤유는 한 달 전 1ℓ 50이라크디나르에서 요즘 100이라크디나르로 2배나 올라, 값에 변동이 없는 휘발유(1ℓ에 20이라크디나르, 한화 약 20원) 가격의 5배나 된다. 가정에서 쓰는 LPG는 더욱 모자라 한 달 전보다 5배 가까이 치솟았다. 때문에 시장에선 전기 화로가 날개 돋친 듯 팔린다.

여기에 보통 저녁 8시쯤 단전이 시작되니, 이라크인들은 식사시간까지 앞당겨서 하게 됐다. 전국에서 수개월째 계속되는 단전의 이유도 복합적이다. 흔히 외국기자들은 저항세력이 다이너마이트로 송전탑을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라크인들은 “알리바바(좀도둑)들이 전선을 끊어 팔아먹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짭짤한 부수입원을 뒤늦게 안 연합군 임시당국(CPA)은 ‘고철(古鐵) 수출금지’ 조치를 내렸다.

(바그다드(이라크)=문갑식기자 gsmo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