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가까워오면서 걸려오는 전화가 부쩍 늘었다. 동문 모임, 직장동료 모임, 부부 모임 같은 내 ‘인맥’의 질과 양을 가늠케 해주는 전화들이다.

우리 사회의 ‘인맥 만들기’는 차라리 본능에 가깝다. 인터넷에선 출신학교 친구찾기 사이트가 인기고, TV에선 수년째 친구나 스승, 첫사랑을 찾는 프로그램을 방영 중이다. 미팅 자리에서도 출신학교와 살던 동네까지 들춰가며 인맥을 찾는다. 정말 ‘세 다리만 건너면 대통령까지 닿을’ 정도의 인맥중심 사회다.

직장생활에는 반드시 이 인맥이 필요하다. 인맥을 통해 정보를 얻거나 시야를 넓히고, 때로는 자신에 대한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인맥 자체가 그 사람의 능력으로 느껴질 때도 많다.

인맥을 잘 맺는, 소위 ‘마당발’ 중에는 술을 잘 마시는 사람들이 꽤 많다. 저녁약속이 많은 그들은 사람 좋아하고 술자리를 좋아하다 보니 누구와도 형 아우가 된다.

그러나 정작 내가 선망하는 쪽은 점심약속이 많은 사람들이다. 매번 다양한 사람들과 짧은 점심을 나눈다는 것은 시간관리를 잘한다는 것이며, 술의 힘을 빌리지 않는 독립적인 사람들이란 뜻이다. 생각해보라, ‘맨 정신’으로 인간관계를 맺으려면 얼마나 화제가 풍성해야 하겠는가? 조명발도 기대할 수 없으니 외모 가꾸기도 게을리 할 수 없을 것이다. 새해엔 내 다이어리도 ‘점심약속’으로 가득 찼으면 좋겠다.

(이예훈·화이트커뮤니케이션 카피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