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을 미군이 체포하는 데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한 사람은 누구일까. 후세인 체포는 악화돼 가고 있던 미국의 이라크 점령에 정치적·군사적으로 중요한 전기(轉機)를 마련해주는 것일 뿐 아니라 결정적 제보자에겐 2500만달러(약 300억원)라는 거액의 현상금이 걸린 일이기도 했다.

이번 후세인 체포 작전을 수행한 미군 제4보병사단의 레이먼드 오디어노(Odiearno) 사단장은 14일 기자회견에서 “미군 장병들이 지난 열흘 동안 후세인과 친밀한 가족원 5~10명을 심문한 결과, 그 중 1명으로부터 후세인의 소재에 관한 결정적인 정보를 얻었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오디어노 사단장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제보자는 후세인 정권 당시 특혜를 누렸던 측근 친척 중 하나로 종전 후 후세인의 도피 생활을 돕다가 막판에 그를 배신했을 수 있다.

그러나 제보자의 신변을 생각해 둘러댔을 가능성도 있다. 그 경우 후세인이 숨어 있던 농가의 주인이 제보자의 유력한 후보가 될 수 있다. 지난 7월 22일 후세인의 두 아들 우다이와 쿠사이가 이라크 북부 모술의 한 집에 숨어있다가 미군의 급습으로 사살당했을 때도 집주인이 제보자였다고 외신들이 전했으나 미군 당국의 공식 확인은 없었다. 제보자는 후세인 아들 1명당 1500만달러씩 모두 3000만달러의 현상금을 받고 외국으로 떠났다고 미군 당국이 밝혔다.

미군 제4보병사단 부대원들이 지난 13일 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을 체포하기 위해 수색을 벌인 티크리트 남쪽 아드와의 외딴 농가들(왼쪽)과 후세인이 숨어있던 지하 땅굴이 발견된 농가의 전경(가운데), 지하실 입구의 은폐 전후 모습(오른쪽).

독일 DPA 통신은 이라크 사정에 정통한 레바논 소식통을 인용, 후세인의 두 번째 부인으로 전쟁 이후 레바논으로 피신해 가명으로 생활하고 있는 사미라가 미군에게 후세인 은신처에 대한 “상당한 정보”를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는 사미라가 매주 최소 한 번 전화나 편지로 후세인과 연락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만약 가까운 친척이나 두 번째 부인인 사미라가 제보자라고 한다면 후세인은 그야말로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셈이 된다.

반면 제보자가 가족이나 친척이 아닐 수도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워싱턴의 한 미국 관리 말을 인용, “미군이 최근 이라크인 1명을 구금해 심문하는 과정에서 후세인 은신처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얻었으며 그에 따라 후세인을 생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 구금자의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이 통신은 말했다.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의 팻 로버츠(Roberts) 위원장은 14일 “후세인 생포에는 이라크 일반 대중의 노력이 컸다”고 밝혔다.

한편 CNN 방송은 15일 후세인에게 걸려 있던 2500만달러의 현상금이 지급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미국 관리의 말을 인용, 후세인 생포를 가져온 정보의 대부분은 미군이 구금 중인 이라크인들을 심문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전하고, “심문 과정에서 털어놓은 내용에 대해서는 보상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사 보상받을 수 있다 하더라도 어느 한 사람이 직접적인 정보를 제공한 것이 아니라 여러 정보들을 취합하는 과정에서 단서를 발견한 것이라면 일개인이 현상금을 독식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며, 기껏해야 현상금의 일부가 여러 사람에게 배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후세인 생포 사실이 전해지자 미국 정부 관리들이 “정보분석과 군체포 작전의 합작품”이라고 한 것도 그 같은 가능성을 말해주는 한 사례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