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년 전 과거에서 날아온 귀족 사내 레오폴드(휴 잭맨)가 2001년을 살고 있는 뉴욕 여성 케이트(멕 라이언)와 사랑하는 ‘케이트 앤 레오폴드’는 엘리베이터의 역사와 떼어놓을 수 없는 영화다. 극중 레오폴드는 ‘엘리베이터를 발명한 공작(公爵)’(물론 이건 영화적 허구다)으로 소개된다. 그는 귀족이지만 권력에 침흘리는 대신, 집 안에 엘리베이터 축소모형을 설치해놓고 발명에 몰두하는 순수한 사내다.

엘리베이터 발명의 역사가 깔려 있는 ‘케이트 앤 레오폴드’.

아마추어 발명가 스튜어트가 시간여행 기술을 찾아내는 바람에, 과거에만 살던 레오폴드는 2001년 뉴욕으로 내던져진다. 그리고 뜻밖의 사랑도 시작된다. 그러나 엘리베이터 발명가가 당대 사회에서 실종됐으니 문제가 없을 수 없다. 레오폴드가 뉴욕에 떨어지자마자 케이트 사무실 엘리베이터는 물론, 뉴욕 곳곳에서 승강기가 멈추는 사고가 잇따른다. ‘백 투더 퓨처’ 같은 시간여행 영화의 공식대로, 과거를 건드렸기 때문에 오늘이 달라진 것이다. 결국 현대 뉴욕에 사는 주인공들은 레오폴드를 과거로 돌려보내며, 케이트 역시 남자를 따라간다. “그가 과거로 못 돌아가서 엘리베이터도 못 만들면 우린 어떻게 하라고…” 하는 걱정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는 하필이면 엘리베이터 발명가를 끌어들였을까. 이유가 있다. 엘리베이터는 고층빌딩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한 기계이기 때문이다. 전화, 전구와 함께 현대 도시문명을 꽃피우게 한 3대 발명품으로도 꼽힌다. 실제 발명자는 19세기의 엘리샤 글레이브스 오티스다(영화 속 ‘오티스’라는 사내가 발명자 오티스인지는 확실치 않다). 물론 대형 두레박 같은 원시적 승강기라면 기원전 200년 아르키메데스도 고안해냈었다. 문제는 줄이 끊어질 때의 대참사에 무방비라는 점이었다. 오티스가 1852년 선보인 엘리베이터가 위대한 발명으로 꼽히는 이유는 밧줄이 끊어지더라도 2개의 톱니가 제어해서 추락을 방지하는 절묘한 안전장치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오티스가 창업한 오티스(OTIS)는 오늘까지도 세계 최대의 엘리베이터 기업이다.

이 영화는 과거의 인간이 현대에 떨어져 벌이는 시대착오 소동을 보여주려는 영화는 아니다. 엘리베이터로 대표되는 오늘의 안락한 문명을 마련해준 선조들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그들이 살았던 점잖고 그윽했던 시절에 대한 향수 같은 것이 배어 있다. 잘생기고, (특히 숙녀를 대할 때) 품격 있고, 오페라 ‘라보엠’ 가사를 원어로 외울 만큼 교양 있는 레오폴드는 그런 선조의 표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