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삼성서울병원 1658호 병실. 까르르 웃으며 재잘대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문틈으로 새나왔다. 까무잡잡한 피부의 동남아 어린이 4명이 병상을 뒹굴며 장난을 치고 있다. 환자복을 벗고 평상복으로 갈아입는 아이들의 가슴팍에는 두툼한 거즈가 세로로 길게 붙어 있다.
지앙(11)·바오(10)군과 안(9)·투이(4)양. 심방과 심실벽에 구멍이 뚫린 선천성 심방·심실기형으로 고생하던 아이들은 지난 1일 낯선 한국땅을 찾아 가슴을 여는 대수술 끝에 새 생명을 얻었다.
소중한 인연은 지난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베트남 하노이의대는 현지 의료수준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된 이들을 살리기 위해 인터넷을 뒤졌고, 삼성서울병원 홈페이지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지난 8~9월 베트남 현지를 방문한 병원 의료진은 자선진료를 벌였으나, 열악한 현지 의료 사정상 증세가 심각하던 이들 4명에겐 “다음에 꼭 초청하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돌아와야만 했다.
아이들의 한국행은 쉽지 않았다. 까다로운 출국심사 때문에 출발이 몇 차례 연기되는 등 희망과 절망이 교차했다. 하지만 결국 한국행을 이뤘고 아이들은 지난 2일과 4일 각각 수술대에 올랐다. 건강은 양호한 상태다. 이날 퇴원해 19일 출국하기 전까지 통원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지앙은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차 그동안 제대로 달려본 적이 없다”면서 “새 생명을 준 한국에 감사한다”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지앙은 며칠 전 난생 처음 눈이 내리는 것을 보았다며 고향 친구들에게 자랑하겠다고 신이 났다. 바오는 멋진 축구선수에서 몸 안의 병을 말끔히 없애주는 의사 선생님으로 꿈이 바뀌었다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올렸다.
주치의 이흥재 심장혈관센터 센터장은 “힘들어하던 아이들의 얼굴에 밝은 웃음이 피어나는 것을 보니 삶의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