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훈 四단

정상이 보인다. 8일 대구 영남대 캠퍼스에서 막을 올린 제8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 오픈 결승 3번기 첫판서 박영훈(18) 四단은 일본 대표 조치훈(47) 九단을 283수 만에 백 4집반 차로 제압, 서전을 장식했다. 남은 2판 중 1승만 보태면 대망의 세계 챔피언에 올라서게 된 것.

박영훈이 우승한다면 최연소 부문 및 최저단 부문 모두 사상 두 번째 기록에 해당한다. 92년 초 만 16세의 나이로 린하이펑(林海峰)을 꺾고 제3기 동양증권배를 제패한 이창호, 2002년 제15회 후지쓰배 결승서 三단의 몸으로 정상에 올랐던 이세돌을 각각 잇는 대기록. 반면 조치훈이 2연승, 역전 우승을 이룰 경우엔 91년 제4회 후지쓰배 이후 생애 두 번째 세계정복의 위업을 세우게 된다.

두 기사는 이 같은 점을 의식한 듯 1국에서 시종 보기 드물게 처절한 공방을 거듭했다. 모든 국지전에서 패(覇)가 발생했고 그 여파가 전국을 휩쓸곤 했다. 첫판에서 박영훈이 놀라운 집중력으로 선제점을 따내면서 바둑계는 그의 우승을 거의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산술적으로 보더라도 이미 박영훈의 우승확률은 75%에 이른다.

박영훈은 여섯 살 때 처음 바둑을 배운 뒤 한국기원 연구생 자퇴, 전국을 떠도는 방랑 기객 생활, 아마추어 최연소 우승(11세 10개월), 8전9기 끝에 프로 데뷔, 2001년 천원 즉위(최저단 역대 타이, 최단기 역대 2위) 등 숱한 화제를 몰고 왔었다. 우승 상금 2억원. 9일 2국서 조치훈이 이길 경우엔 11일 최종 3국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