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파이낸스센터 '갤러리 코리아'에서 11일 까지 열리는 '청계천 복원 국제 공동 프로그램' 참가 학생들이 전시 작품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7일 오후 1시 태평로 서울파이낸스 센터. 지하 3층에 자리잡은 ‘갤러리 코리아’ 앞으로 수십 명의 대학생들이 몰려왔다.

모두들 ‘10년 지기’처럼 왁자한 분위기였지만 한 무리는 한국어를, 다른 무리는 영어와 중국어를 섞어가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학생들은 저마다 사과박스 크기의 유리 상자, 종이 상자 등을 갤러리 곳곳에 배치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7~11일까지 열리는 ‘청계천 복원 국제 공동 프로그램’ 발표 및 전시회의 주인공들로, 한양대 안산 캠퍼스 건축학부 학생 25명과 싱가포르 국립대학 건축대학 학생 14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2학기가 시작된 지난 9월 1일부터 청계천 관련 프로젝트 수업에 참여, 각자가 청계천 주변 특정 지역의 재개발 모델을 만든 후 이번에 발표·전시하게 됐다.

학생들의 작품은 건축 전문 전시회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세련미는 없었다. 나무조각이나 스티로폼이 어긋나게 붙어 있거나, 건물에 칠한 페인트가 벗겨진 작품들도 많았다. 그러나 최대한의 자유와 창의성이 기존의 도시 계획을 무색케 만들 정도였다.

학생들은 4개 블록 5만여평 재개발 계획이 추진 중인 세운상가 일대에 가장 큰 관심을 나타냈다. 세운상가 주변에 ‘미디어 파크’를 모델로 발표한 싱가포르 국립대 황이샹(여·21) 학생은 오래된 단층 상가들을 따라 20층 규모의 빌딩와 5층 규모의 빌딩을 유리 통로로 연결했다. ‘공존’의 개념을 살렸다고 한다.

탄완휘(여·21) 학생은 “싱가포르에서는 똑같은 디자인의 건물은 허가가 나지 않는 등 다양성이 가장 요구된다”며 “획일적인 대형 건물만 계획돼 있는 세운상가 주변에 저층 주택단지와 놀이터 등을 꾸며봤다”고 말했다.

3학년 김승민(26) 학생은 “청계천로 뒤쪽 거리에도 생명력과 인간미를 가미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운상가 인근 청계천 이면 도로의 오래된 상업·업무 시설을 최대한 보호하고, 녹지공간과 2~3층의 저층 건물을 지어 걷고 싶은 거리로 조성했다.

한양대 건축학부 2학년 정원혁(22) 학생은 지상 공원이 계획돼 있는 태평로 청계천 시작부분과 광교에 문화의 거리를 조성했다. ‘시작’과 ‘시간’의 의미를 되살리기 위해 청계천 중앙에 ‘역사 박물관’을 짓고, 도심의 인간미를 살리기 위해 주변에는 갤러리와 카페 등을 배치했다.

숙박·주거 시설이나 첨단 업무단지 건설을 위해 상가 등 구(舊) 건물을 무조건 없애면 안 된다는 주장도 많았다. 3학년 김도윤(25) 학생은 “주변 공구상가나 기계 제작소 등은 보통 사람들의 중요한 생활 터전”이라며 “이들을 위해 1층에는 공구상, 2~3층 교육관 및 전시관 등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청계천로 주변 거리에도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3학년 고현석(26) 학생은 창경궁에서 충무로까지 이어지는 돈화문로에 극장들이 많은 점을 감안, 현재 서울극장 뒤쪽에 ‘영화 박물관’을 만들어봤다. 상업적 성격에서 벗어난 순수한 문화 시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한양대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서울시가 최대한 참고하도록 연구 결과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 대학 건축학부 한진택 교수는 “올해 하버드대가 청계천 관련 과목을 개설하는 등 학문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학생들의 순수한 생각은 건축 전문가도 간과할 수 있는 소중한 지혜를 암시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