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여! 가장 먼저 손에 쥐어야 할 것은 돈입니다. 양심보다도 말입니다.”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BC 65~BC 8)의 말입니다. 2000여년 전 로마에서도 이 정도였으니, 자본주의 시대에는 더 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1984년 한국은행 지폐 용해장입니다.( 위 ·조선일보 DB) 당시 신문을 보니 하루 100억~300억원에 달하는 지폐에 구멍을 뚫어 폐기했다는군요. 화폐의 가치를 폐기당한 종이뭉치일 뿐이지만, 저 같은 필부들이야 어디 그리 냉정하고 담담할 수 있겠습니까?

근 20년이 지난 지난 11월 말.(아래) 농협 성내동 지점에는 ‘돈 세탁기’가 등장했습니다. 지금껏 ‘돈 세탁’하면 떳떳지 못한 돈의 출처가 드러나지 않게 교란시키는 작업쯤으로 생각했지요? 하지만 ‘돈 세탁기’에는 그런 기능이 없습니다. 돈에 서식하는 갖은 세균들을 없애고 방향제까지 뿌려서 돈을 깔끔하게 만들어주는 소독기일 뿐입니다. 고객서비스를 위해 현금인출기에 사용할 돈을 소독한다는군요.

‘돈 소독기’라고 불러야 정확할 것을 ‘돈 세탁기’로 자연스럽게 부르는 것은, 그만큼 ‘돈’과 ‘세탁’이라는 단어가 우리 사회에서 뗄 수 없는 ‘인연’을 오래 지속해왔다는 뜻이겠지요. 씁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