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고은.

“시는 늘 불만과 만족 사이에 있다.”(4월22일) “내 시는 무엇인가. 시의 행복은 현실의 불행인가.”(4월24일) “현실적으로 자유가 사멸되었을 때 사람들은 정치적으로 성장한다.… 나도 활을 쏘고 싶다. 세상에.”(5월15일)

시인 고은(高銀·70)씨가 자신의 일기를 계간 ‘문학과 경계’ 겨울호에 공개했다. 1973년 4월6일부터 7월6일까지 3개월 분량이다. ‘불나비의 기록’이란 일기 제목은 1959년 서울 종로구 와룡동 인쇄소 화재로 소실된 시집 ‘불나비’에서 따왔다.

일기에는 최인훈 이청준 정현종 김치수 박재삼 김형영 홍성원씨 등 문인들과의 교류와 문단 풍경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청진동이 새로 한국 문예부흥의 거리가 되어간다. 번거롭다. 신구문화사와 막 발돋움하는 민음사와 이번에는 한국문학 준비사무소까지 있다. 한국문학 사무실에서 이형기를 오랫만에 만났다. 물론 이문구가 방을 늘 지키고 있었다. 김현, 이청준 등과 술. 박맹호도 합류했다.”(4월21일)

문인들과의 교류는 통음(痛飮)으로 이어졌으며, 시대와 문학에 대해 괴로워하기도 했다. “전태일이라는 청년의 분실자살. 그 평화시장 시멘트 바닥의 불덩어리. 어둠. 빛이란 거짓이다. 인간은 어둠이다.”(4월13일)

이해 4월 19일 일기는 이렇게 씌어있다. “4·19 13주. 혁명으로는 13주년이고 그때 죽은 사람을 생각하면 13주기다. 1960년 4월19일. 나는 해인사 승려였다. 나에게 4·19 콤플렉스가 있다. 혁명의 현장이란 방관자에게도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1973년 4월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