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왕의 귀환(The Return of The King)' 시사회가 지난 1일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 앰버시극장에서 열렸다.
전날까지 비바람이 음산하게 불던 웰링턴 하늘이 그날 아침 맑게 개였다. 멀리 남태평양을 휩쓸며 세상을 혼돈에 빠뜨렸던 태풍 루핏은 종적을 감췄다. 그 맑은 날, 중간계(Middle Earth)에 왕들이 돌아온 것이다.
웰링턴 시장은 “중간계의 수도 웰링턴”이라고 공식선언했다. 호텔 교환원은 “중간계 왕림을 환영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영화사 뉴라인시네마는 세계 첫 시사회를 할리우드 바깥에서 갖기로 결정했다. 당연했다. 잭슨 감독의 고향이기도 하거니와 반지의 제왕 전편을 찍고, 컴퓨터작업과 편집을 한 곳이 아닌가.
아르웬(리브 타일러), 아라곤(비고 모텐슨), 프로도(일라이자 우드), 간달프(이언 매킬런), 3편에서 반지의 주술에 걸리기 전 모습을 드러내는 골룸(앤디 서키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중간계 종족들은 하나같이 “집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렇게 도로가 막히는 건 처음”이라고 버스 기사가 비명을 질렀다. 시에서는 주민을 제외하고 10만명이 더 웰링턴을 걸어다니고 있다고 추정했다. 싱가포르에서 1주일 휴가를 내고 온 돈 리(Dawn Lee·여·23)씨는 “영웅들의 흔적만 느껴도 행복하다”고 했다.
호빗들도 출몰했다. 뾰족한 귀와 허름한 망토 심지어 털이 북실북실한 맨발까지 ‘제대로’ 분장한 호빗들이 거리를 헤매고 있었다. 미국 시카고에서 온 밀튼 허먼 가족은 부부와 남매가 모두 호빗이다. 2주일 동안 영화를 찍은 곳들을 거쳐 지난달 27일 웰링턴에 왔다. 주점에도, 시사회가 열린 앰버시극장 앞에도, 거리에도 호빗들이 서성댔다.
충실한 호빗 샘(션 애스틴)이 들렀던 아이리시 펍 몰리 말론 외벽에는 거대한 화살이 꽂혀 있다. 옆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리골라스야, 벽을 맞추면 어떻해, 맥주통을 쏴야지!”
걱정마시라, 꽃미남 요정 리골라스는 3편에서는 더욱 더 우아하고 아름답게 전쟁을 치러내니까. 남성들의 질투를 받아 마땅하다, 그는. 블룸은 시사회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오래동안 함께 했던 영화가 드디어 끝이 나다니, 정말 슬프다.”
오후 3시 30분,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도시 북쪽에서부터 환호성이 밀려왔다. 램튼거리에서 빅토리아, 빅토리아에서 코트니로 차량이 서서히 움직였다. 피터 잭슨 감독을 필두로 스타들은 호빗과 엘프, 오르크들의 호위를 받았다. 하늘에는 옆구리에 그들 얼굴을 그려넣은 보잉747이 선회했다. 올란도 블룸이 그들 곁을 스쳐갈 때, 격정에 찬 비명소리들이 비행기 소음을 집어삼켰다. 아니, 리골라스가 주인공이야? 프로도는 어디갔지?
470m에 이르는 레드카펫 끝에서 배우들은 차에서 내렸다. 팬들의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행진은 서서히 더뎌져갔다. 리브 타일러는 화장실로 달려갔다가 다시 돌아와야 했다. 그때 그녀는 맨발이었다. “여기 봐라, 이 반지 봐라!” ‘골룸’ 앤디 서키스는 할말이 많은 듯했다. 그는 영화에서 빼앗겼던 반지를 장만해 내내 자랑하고 다녔다. 진행측 채근에 스타들은 속속 귀빈들과 함께 앰버시극장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4시간. 시사회가 끝났다. 누군가가 말했다. “왕? 피터 잭슨이 진짜 왕이다!” 전날 헬렌 클락 총리가 한 말이요, 모든 배우들이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자기가 만든 데모 테이프 하나 달랑 들고 할리우드로 날아가 자본을 따냈던, 그리고 레드카펫 내내 카메라로 사진찍기에 열심이던 뚱뚱한 뉴질랜드인. 그가 왕이었다.
(웰링턴(뉴질랜드)=박종인기자 sen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