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에이즈 감염인을 위한 모임인 ‘세울터’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미영씨는 에이즈 환자에 대한 사회의 냉대를 안타까워했다. (이덕훈기자 leedh@chosun.com)

12월 1일은 ‘세계 에이즈의 날’. ‘현대판 천형(天刑)’으로도 불리는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를 가까이에 두고 사는 사람이 있다. 국내 에이즈 감염인을 위한 모임인 ‘세울터’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미영 (李美英) 간호사다.

이씨는 올해 에이즈의 날을 앞두고 걱정이 태산 같다. “올 한해동안 새로 에이즈에 걸린 사람이 500여명에 이를 것으로 봐요. 올해 9월까지 398명이 새로 감염됐어요. 지난해 대비 40%이상 증가한 거죠. 세계적으로 유례 없이 높은 증가율입니다.”

이씨는 “사회적인 냉대로 도움을 받고 싶어도 나서지 못하는 환자가 부지기수”라면서 “그동안 인터뷰를 극구 사양해왔는데,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만큼 한국이 에이즈의 안전지대가 아니기 때문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씨는 올해 에이즈 감염인을 돕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모임인 ‘세울터’를 만들었다. 현재 세울터 회원은 43명으로 감염인과 감염인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모여 활동하고 있다. 사회복지사, 수녀, 회사원, 가정주부, 고등학생, 교사 등이 회원으로 뛰고 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사회적 편견 때문에 에이즈 환자들이 숨어지내고 있는 현실입니다. 사회적 냉대가 너무나 심각해요. 오죽하면 에이즈 환자의 사망 원인 중 자살이 결핵 다음으로 많은 2위를 차지하겠습니까?”

기초생활수급대상자가 된 에이즈 환자는 국가로부터 25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한다. 약값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에이즈에 걸린 윤락녀가 25만원으로 생활할 수 없어 다시 윤락 행위를 한다고 밝혔다.

수녀가 되고싶어 했던 이씨의 인생을 바꿔놓은 것은 달동네의 한 윤락녀와 그녀의 5살난 아들의 죽음 때문이었다.

“판잣집에 불이 나서 모자가 죽었어요. 달동네이기 때문에 그 아이는 주민등록도 없었죠.한 생명이 세상에 왔다가는데 아무런 흔적도 없더군요.” 그는 수녀 대신 간호사의 길을 택했다. 적십자간호대학을 졸업한 후 죽음을 앞둔 환자들을 돌보던 그는 3년 전 우연히 한 수녀님으로부터 에이즈 감염자들을 돌보는 일을 맡아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 길로 달려갔어요. 왠지 신의 뜻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에이즈 환자에게 주사를 놓는 일에서부터 목욕을 시키는 일, 심지어 염을 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혼자 염을 하기도 했다. 에이즈 환자를 치료하다 여러번 바늘에 찔리기도 했다. 그 때마다 예방조치로 항에이즈바이러스제를 복용했다. 무기력감에 몸살기가 느껴지고, 구토에 설사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다행히 지금까지 심각한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가 요즘 가장 보람을 느끼는 것은 에이즈 감염인의 결혼과 출산을 유도하는 일이다. 에이즈 환자가 자연 분만하면 엄마에게서 아이가 감염될 확률이 25%에 달하지만 제대로 예방을 하면 감염확률이 1.8%까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에이즈 환자들에게 결혼과 출산을 유도해 죽음밖에 바라보지 못하는 그들의 삶에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에이즈 환자도 당뇨병처럼 관리만 잘 하면 20년은 살 수 있어요. 그들을 피하거나 멸시하기보다 따뜻하게 받아주는 사회가 되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