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달래와 행복하게 살기 위한 돈을 마련하러 요이(김민종)는 악명 높은 낭만자객단에 가입한다. 그러나 무공을 갖추지 못한 채 좌충우돌하던 이들은 숲에서 길을 잃고 흉가에 들렀다가 처녀귀신들의 한이 담긴 눈물병을 마시는 실수를 저지른다. 귀신들은 한풀이를 위해 낭만자객단을 협박해 청나라 최고 고수 사룡을 죽이라고 충동질한다.
윤제균 감독은 정말 충무로에 혜성처럼 나타났다. ‘반지의 제왕’과 ‘해리 포터’가 각축을 벌이는 연말 극장가에서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두사부일체’와 ‘색즉시공’ 두 편으로 무려 800만명 가까운 관객을 끌어들이며 순식간에 ‘흥행의 마술사’가 됐다. 내용이나 완성도는 황당한 수준이었지만 어쨌든 그 두 작품은 수많은 관객들을 확실히 웃기며 원하는 바를 모두 손에 거머쥐었다.
다시 1년 만에 부지런히 나타난 윤 감독의 신작 ‘낭만자객’(5일 개봉)에 대한 관심은 물론 ‘두사부일체’와 ‘색즉시공’의 연장선상에 있다. 조폭코미디와 섹스코미디라는 장르의 유효성을 재확인했던 그가 코미디·사극·호러를 버무려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낭만자객’은 확신에 가득 찬 거대한 오해들이 낳은 기형적인 괴물 같은 코미디일 뿐이다.
이 영화에서 감독은 머리를 때리는 숱한 장면을 보고 재채기처럼 터져나오는 반사신경적 웃음을 재치있는 유머로 오해하고, 뭐든지 배우 입 속에 무조건 넣고 보는 설정을 기발한 아이디어로 착각한다. ‘색즉시공’에서 임창정의 입 속에 ‘정액 프라이’와 쥐를 넣었던 그는 이 영화에서 김민종의 입 안에 ‘코딱지’를 넣고, 피고름 섞인 소변을 넣고, 기어이 인분까지 넣고야 만다.
절제라곤 모르는 이 영화의 지극히 폭력적인 화법은 기상천외한 욕설 퍼붓기에만 골몰하다가 종종 배우들을 학대하는 설정들로까지 몰고 간다. 이 영화 마지막에 붙인 ‘NG 모음’은 주연 배우 신이가 진재영과 따귀 때리기 게임에서 져서 연거푸 진짜로 세게 얻어맞다가 끝내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을 보여준다. 아마도 ‘프로 정신’을 강조하기 위해서 일부러 넣었을 이 엔지 장면에서 제작진은 웃음을 위해 얼마나 최선을 다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겠지만, 관객들에게 남는 것은 끝도 없이 반복되는 자극적 설정에 심드렁해진 마음과 약간의 안쓰러움뿐이다.
고혹적인 외모의 귀신이 거친 욕설을 퍼붓는다거나 하늘을 멋지게 날다가 나무에 부딪혀 떨어지는 장면에서 잘 알 수 있듯, 이 영화의 유머 스타일은 관객의 예측을 깨고 서로 어울려보이지 않는 두 부분을 충돌시키는 데만 집중했다. 그러나 극 초반에 몇 차례 안타를 쳤던 이런 ‘의외성의 유머’는 초지일관 반복된 끝에 엽기에 대한 혐오만 남긴 채 정작 웃음을 휘발시켜 버렸다. 전작들에서 그랬듯 후반부엔 공식처럼 ‘감동’을 노려 달래의 비극적인 죽음을 다루지만, 청나라 병사들의 만행에서 ‘미군 장갑차 사건’을 떠올리도록 의도한 이야기들은 최소한의 공감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한바탕의 악다구니와 소금기 없는 눈물, 그리고 자기들끼리의 환호로 점철된 ‘낭만자객’을 보다보면 어쩔 수 없이 서서히 의문이 떠오른다. 도대체 오락이란 뭘까. (혹은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