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고양이를 부탁해
스무 살 보통 여자들의 꿈과 일상 섬세하게 그려

MBC TV 밤 12시30분. 고등학교를 나란히 졸업하고 삭풍 부는 세상으로 내던져진 스무 살 또래 다섯 여자들의 희망과 절망이 간결한 영상에 담겼다. 증권회사에 들어가 커리어우먼을 꿈꾸는 야심가(이요원), 뇌성마비 시인을 위해 타자를 쳐주는 몽상가(배두나), 가난 속에서도 유학을 꿈꾸는 아웃사이더(옥지영), 노점을 하는 화교 쌍둥이(이은실·은주)…. 이들은 서툴게, 그러나 고양이처럼 신비롭고 사랑스럽게 발걸음을 옮긴다.

행복이 너무 멀리 있어 늘 불안하지만, 삶의 어려움도 자신들의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는 이들을 지켜보다가, 생일파티에서 각자의 휴대폰을 빼 들고 일제히 “해피 버스데이 투 유…” 음악소리를 내는 장면에 이르면 가슴이 찡해진다. 전혀 화려하지도 않고 야심차지도 않지만, 이 시대 가장 보편적인 한국 젊은 여성들의 꿈과 일상을 이토록 섬세하게 풀어낸 한국 영화가 있었을까. 오락영화들에 치여 2주 만에 간판을 내렸다가 관객들이 ‘고양이 살리기’ 운동을 벌인 끝에 다시 개봉됐었다. 감독 정재은. 2001년작. 130분. ★★★☆ (별 5개 만점)

◆다크 엔젤
되살아난 살인범의 악령

SBS TV 밤 11시45분. 악령이 사람 몸을 옮겨다닌다는 설정을 끌어들인 공포 스릴러. 베테랑 형사 홉스(덴젤 워싱턴) 등이 연쇄 살인범을 추적 끝에 붙잡아 사형 집행까지 마쳤는데도 빼닮은 수법의 범죄가 또 계속된다. 그리고 놀랍게도 형사 홉스 자신이 이 범죄에 연루된 것처럼 보이는 증거들이 이어진다. 형사는 신학자의 도움으로 사건 뒤에 악령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프라이멀 피어’로 데뷔한 그레고리 호블릿 감독의 두 번째 영화. 할리우드 B급영화에서 익숙한 설정이지만 독창적 상상력이 있어 긴장감과 박진감을 놓치지 않는다. 1998년작. 원제 Fallen. ★★★


◆세 번째 기적
거대기업이 되어버린 교회

KBS 1TV 밤 11시25분. 한 남자수도사의 고뇌와 성장을 다룬다. 수도사는 병에 걸린 소녀가 치유된 ‘기적’을 조사하다가 치유됐다는 소녀가 실은 마약과 매춘에 찌들어 살고 있는 걸 발견한다. 현대 교회가 ‘피눈물 흘리는 성모상’류의 ‘기적’ 유명세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을 드러내는가 하면, 거대 기업체같이 되어버린 교회까지 묘사한다. 감독 아그니에츠카 홀랜드. 원제 The Third Miracl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