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無所有)’의 삶을 실천해 온 법정 (法頂·71) 스님이 그동안 맡아온 서울 성북동 길상사 회주에서 물러난다. 스님은 이번주 발행되는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의 월간 소식지에서 “길상사 회주와 ‘맑고 향기롭게’ 회주에서 동시에 물러난다”고 밝혔다. 스님은 회주에서는 물러나지만 대중의 일원으로, 또 한 사람의 회원으로 길상사와 ‘맑고 향기롭게’를 힘닿는 데까지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스님은 또 “지금까지 침묵의 중요성에 대해 누누이 강조해 왔는데 정작 내 자신은 너무 많은 말을 해왔다”며 “앞으로 말을 줄이겠으며, 꼭 해야 할 말은 유서를 남기는 심정으로 하겠다”고 적었다.
법정 스님은 또 “봄에 피는 꽃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늦가을에 피는 국화가 더 아름답고 향기롭다”고 적었다. 이 결심에 대해 길상사 주지 덕조 스님은 “법정 스님께서는 정리할 수 있을 때 미리 정리하시려는 것으로 안다”며 “신부님이나 목사님들이 70세에 은퇴하는 것도 감안하셔서, 이제 70세가 넘은 만큼 수행자로서는 정년이 없겠지만 소임(직책)에는 정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법정 스님은 12년째 강원도 산골 오두막에서 혼자 수행하고 있다. 두 달에 한 번 길상사에서 열리는 법회에서 법문하고, ‘맑고 향기롭게’의 월간 소식지에 글을 쓰는 것 외에는 대외활동을 삼가왔다. 법정 스님은 회주를 물러남과 동시에 길상사 법문도 봄·가을 2회 정도로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 스님은 이 같은 뜻을 12월 21일 길상사에서 열리는 법회에서 직접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