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6일 최병렬(崔秉烈) 대표의 단식 및 정기국회 일정 거부라는 극한 투쟁에 나선 데 대해 여론은 대체로 비판적이다. 한나라당 내 일각에서조차 “80년대 YS·DJ의 투쟁 방식 아니냐”는 부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단식 및 등원 거부는 과거 강압적인 군사독재 시절 다른 투쟁 방식이 없었던 야당 지도자들이 마지막으로 사용하는 극한 처방인데 지금 시대와는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국회의석 272석 중 149석이라는 절대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예산안을 포함해 1206건의 안건이 산적한 상태에서 국회 일정을 마비시킨 것은 과거 소수 야당이 벌인 등원 거부 투쟁과 단순 비교할 수 없는 무책임한 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나라당이 이틀째 국회 일정을 거부함에 따라 26일로 예정됐던 8개 상임위 일정이 취소됐다. 한나라당의 등원 거부가 장기화될 경우 117조500억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이 법정기일인 오는 12월 2일 통과되지 못하는 등 민생이 타격을 입게 되고,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이라크 추가파병 동의안 등 국가 신뢰와 관련된 안건도 처리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숭실대 강원택 교수는 “한나라당은 국회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정당인데 왜 제도권 밖에서 싸우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청와대도 한나라당도 내년 총선만을 염두에 두고 민생을 도외시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경희대 김의영 교수도 “대통령이 법에 의거해 거부권을 행사했으면 한나라당도 법에 따라 재의결 절차를 밟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이지 국회를 떠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도 논평을 통해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재의결 절차를 밟아 처리하면 될 것이다. 과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이유로 국회 의사일정을 마비시키는 것에 어느 국민이 동의해줄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26일 열린우리당 지도부간담회에서 국회 공전을 고민하는 김원기의장 김근태원내대표 이태일공동의장이 고민스런 표정이다.

열린우리당 김원기 당 의장은 “한나라당이 원내 1당의 자리를 버리고 장외로 나가는 것은 국정운영과 민생을 수렁 속으로 밀고 가는 무책임한 행동으로 국정 표류 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했고, 민주당 김성순 대변인은 “국회에서 법대로 재의결 절차를 밟으면 되는데 민생을 볼모로 극한투쟁을 한다면 국민 눈에는 당리당략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민련 유운영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원내 제1당으로서 최소한의 양식도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의원들 다수는 “국회 의사를 무시하고 거부권을 행사한 노 대통령에게 대응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며 일단 최 대표 노선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단식투쟁은 그것대로 하더라도 국회 일정 전면거부는 곤란하지 않으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소장파 의원은 “지역 여론을 살펴보니 노 대통령도 싫지만 한나라당이 국정 버리고 극한 대결을 벌이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더라”며 “YS·DJ가 80년대에 하던 정치를 해야 하는지 회의가 든다. 싸우는 상대하고 닮아가는 꼴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