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작년 대선 당시 부산 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낸 강병중 넥센타이어 회장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혐의는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대선을 전후해 상당한 액수를 건넸다는 것이다. 검찰은 25일 강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이날은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에서 3분의 2가 넘는 찬성표를 얻어 통과된 ‘대통령 측근 비리의혹 특검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바로 그날이다.
검찰 수사 일정이 ‘특검이 필요없다’는 것을 증명하려는데 맞춰진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이 같은 공교로운 우연의 일치는 근간에도 몇 차례 더 있었다. 양길승 전 청와대 부속실장의 나이트클럽 향응 사건을 수사 중인 청주지검이 양씨를 4번째 소환조사한 것도 25일이었다. 이 사건과 관련해 1명을 추가 구속하고 그동안 어떤 이유에서인지 공개하지 않았던 양씨와 나이트클럽 업자의 추가 접촉 사실을 언론에 밝힌 것도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 11일이었다. 또 야당에서 의혹을 제기했던 김성철 현 부산상의 회장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특검법의 국회 법사위 통과가 예고됐던 바로 전날에 이뤄졌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연한 일이 두번 겹치면 벌써 이상한 느낌이 들고, 그게 세번 네번 겹치면 사람들은 뭔가 냄새가 난다는 생각을 하는 게 세상사다.
더 큰 문제는 검찰 수사가 너무 더디고 무디다는 것이다. 야당이 특검 대상으로 지목한 최도술·양길승씨,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문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지 3~5개월이 지났다. 그런데 아직도 어느 것 하나 확실하게 윤곽이 드러나 매듭지어진 것이 없다.
대통령이 측근비리에 대한 특검을 거부한 가장 큰 이유는 ‘검찰이 수사 중’이라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권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과연 국민들이 이렇게 수없이 되풀이되는 검찰 수사의 ‘공교로운 우연의 일치’ 현상을 지켜보면서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고개를 끄덕이겠는지 검찰 스스로가 되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