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는 실용서의 경우, “정말 그 사람이 썼을까?” 하는 의심을 먼저 떠올리기 일쑤다. 자칫 그들의 인지도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려는 출판사의 전략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선희의 톡톡 튀는 생활 일본어’(넥서스 刊)를 펴낸 개그우먼 정선희에게도 조심스레 그 질문부터 던졌다. ‘딱따구리’란 별명을 갖고 있는 이 유쾌한 여성은 이 불편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우리는 어차피 이미지로 먹고사는 사람들인 만큼, 그런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분들을 위해서 ‘비장의 카드’가 있습니다. 이 책에는 제가 해설한 강의테이프가 함께 있어요. 이걸 들어보면, 절대로 제가 이름만 빌려줬다고는 생각하지 못하실 걸요?”
사실 방송계에서 그녀의 외국어 실력은 이름난 지 오래다. 중·고등학교 시절 전국 영어웅변대회나 경시대회에서 입상한 경력, 그리고 일본인 이모부를 맞은 덕분에 대학입학 때부터 일본어 공부에 열을 올리던 기억까지. 인터뷰 등을 통해 간헐적으로 소문난 그녀의 외국어 실력이 출판사까지 관심을 갖게 했고, ‘정선희표 일본어 교재’는 그렇게 시작됐다.
"일어공부 10년…시행착오와 족보 모아"
만화같은 그림도 직접 그려넣어
“왜 컴퓨터 게임을 해봐도 100점짜리 보너스가 있는가 하면, 300점짜리 보너스도 있잖아요. 당연히 300점짜리를 먹어야 점수가 팍팍 늘죠. 외국어에도 당연히 ‘족보’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 책은 제가 일본어를 공부한 10년 동안의 시행착오와 족보의 기록입니다.”
‘대중가요·대중문화’ ‘전화로 수다떨기’ 등 모두 13장으로 이뤄진 이 책은 정선희가 직접 그려넣은 만화체 그림들도 장마다 ‘공부’를 재밌게 한다. 초보자에게는 조금 버겁고, 중급자에게는 조금 쉬울 것 같은 내용들이다. ‘만만한 정선희와 수다떠는 일본어’로 자신의 책을 요약하는 그의 스타카토식 억양이 브라운관 속의 이미지와 겹쳐진다. MBC FM ‘정오의 희망곡’(낮 12시)을 매일 진행하는 이 개그우먼은 SBS TV ‘TV동물농장’, MBC TV ‘찾아라, 맛있는 TV’에서도 메인MC로 유감없이 능력을 발휘하는 재주 덩어리다. 데뷔 11년째라는 그에게 달라진 개그맨(우먼)의 위상에 대해 물어봤다.
“건방지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진작 이렇게 됐어야 했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웃기는 사람이지, 우스운 사람이 아니거든요.”
구체적으로 어느 때 ‘격세지감’을 느끼는지 묻자, “이런 학습교재를 내자는 제안이 들어온 것 자체가 엄청난 변화”라는 대답이다. “프로그램 개편 때도 감초가 아니라 메인으로서의 역할을 제안해 오고, 개그할 때는 연락도 없던 제약회사가 CF 제안을 해오더라”는 것이다.
12월 6일 오후 1시 그녀는 서울 교보문고 강남점에서 저자사인회를 연다. 그는 “내 생애 첫 책인 만큼 너무 떨린다”면서 “가만히 앉아서 서명만 해주는 사인회가 아니라 저 스스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함께 수다떠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눈망울에 힘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