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내 또래의 아이들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세계 곳곳의 아이들과 친구가 될 수는 없을까. 틈만 나면 지구본을 들여다보며 ‘세계’라는 범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아이들에게 이 커다란 사진집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고도 남을 즐거움과 유익한 지식을 안겨준다.
14주년을 맞은 아동권리주간(11월 17~23일)을 맞아 출간된 이 책은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가 주도해 펴낸 만큼 어린이들이 누려야 할 권리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간다. 주인공은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사는 열세 살 소년부터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구에 사는 열한 살 소녀까지 모두 17명의 아이들. 가상이 아닌 실존하는 아이들이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라 가슴에 더 생생하게 와닿는다.
물, 음식, 집 등 어린이들의 ‘생존’에 대한 권리를 다룬 첫 장에서는 수도꼭지에서 펑펑 쏟아지는 물이 없어 매일매일 물을 길러 다니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실었다. 가족이 마실 물을 얻기 위해 우물에서 종일 줄 서있는 자메이카의 소녀.
어린이 네 명 중 한 명이 밥을 먹지 못한 채 잠자리에 든다는 얘기를 듣고 음식을 함부로 남길 아이들이 있을까. 책은 각 나라의 다양한 음식과 재미있는 집의 형태도 보여준다. 수단에서 가축을 키우며 사는 마하신에겐 집이 없다. 가축에게 먹일 신선한 풀을 구하기 위해 언제나 떠돌아야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장 ‘발달’에서는 어린이들의 배움에 대한 권리를 다뤘다. 배고픔을 꾹 참고 학교에 나온 북한의 아이들, 양탄자 위에 쪼그리고 앉아 공부하는 아프가니스탄의 아이들을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 학교에 갈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큰 비극인지, 공부에 게으른 아이들에게 꼭 보여줘야 할 대목이다!
이 밖에도 어린이들의 ‘보호’받을 권리를 다룬 세 번째 장에서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어 의미있다. 수녀원에 모여 사는 엄마와 아이, 전쟁고아들과 함께 사는 부룬디의 아줌마. 영국에서는 입양가족이 자연스럽고, 파키스탄에서는 아직도 대가족이 일반적이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이 될 이야기가 이 책에는 실려 있다. 5세부터 14세까지의 어린이 2억1000만명이 아주 위험한 일을 하거나 하루 종일 노동해 생계를 잇는다는 사실. ‘어린이가 될 기회조차 가져본 적 없이’ 가족의 목숨을 위해 사막과 도시에서 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는 아이들의 땀과 눈물을 책은 생생한 사진을 통해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은 전쟁을 일으킨다. 눈곱만큼의 죄의식도 없이 세상의 선한 사람들, 때묻지 않은 어린이들의 생명을 함부로 앗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