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군청에서 불과 200~300m 떨어진 부안성당. 이곳은 5개월째 위도 방사능폐기장 설치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는 주민들의 ‘해방구’ 같은 곳이다.
24일 오후 최명헌·김성순·최선영·김옥두·전갑길·유용태 의원 등 민주당 의원 6명이 진상조사차 이곳을 방문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을 넘어 ‘분노’에 가까웠다. 입에선 욕설부터 나온다. “때려 죽일 ×들, ×같은 자식들…” 군민들의 원성(怨聲)은 읍내 초입에 자리한 부안군청과 이곳을 지키는 전경들에게 집중됐다.
국회의원들의 방문에 보도진이 구름같이 몰렸지만 정작 주민들은 뒤에서 “민주당이면 다야! 이제 와서 뭘 하냐 말이야!”라고 고함을 쳤다. 민주당 의원들은 “8월 말 조사단이 1차로 이곳을 방문했고, 당론으로 ‘폐기장 백지화’를 결정했다. 죄송하다”고 누차 고개를 조아렸으나 일부 주민들은 “한나라당보다 늦게 왔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나라당 조사단은 지난 22일 이곳을 방문했다.
부안 주민들은 민주당 조사단에 “죽을까봐 밤에는 노란 옷을 입고 다닐 수 없다”고 토로했다. 부안 주민들은 지난 7월 위도 방사성폐기장 설치 반대운동 이후 ‘핵폐기장 반대’라는 로고를 새긴 노란 파카를 맞춰 입고 다닌다. 한 여자 주민은 “‘검은 옷’만 보면 겁이나 오금이 저린다”고 했다. ‘검은 옷’은 7만여명이 산다는 이곳 부안에 배치됐다는 8000여명의 경찰병력을 일러 하는 말이다.
민주당 조사단과 부안성당에서 마주앉은 100여명의 주민들은 현 정권과 경찰에 대한 ‘적개심’과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서운함을 여과없이 터뜨렸다. 민주당 조사단의 최명헌 단장은 주민들에게 “현지에 내려와보니 제2의 동학혁명이 연상되고, 광주사태 때보다 경찰의 무력 진압이 더 심하다”며 “민주당은 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계획을 백지화하고 주민투표를 연내 수용할 것을 촉구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조사단의 주민대표 면담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도 성당 바깥에선 “다 죽여놓고 이제 와서 뭘 해. 정치인들은 다 정략적으로 이용이나 하는 것 아냐”하며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성난 목소리가 계속 들려 왔다.
한편 대한변호사협회(회장 박재승·朴在承)는 이날 지난 22~23일 공동 조사단으로 파견한 변협 인권위원회 산하 이덕우·이상희 변호사의 보고를 받은 후 ‘부안사태에 대한 변협의 입장’이라는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 부안은 외부에서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라며 “자칫 폭동으로 변질될 우려마저 안고 있는 만큼 경찰병력 철수와 진상 조사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변협은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유치 여부는 해당 주민들의 의사를 존중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결정돼야 한다”면서 “국가의 물리력 행사는 정당한 방어에 국한돼야 한다. 정부는 과도한 경찰병력을 철수시키고 시위 과정에서 벌어진 공권력에 대해 진상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