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신춘문예(新春文藝)’의 달이다. 이미 장안에 방은 붙고 전국으로 파발마가 달려나갔다. 다들 신문사의 신춘문예 사고(社告)들을 오려 책상 앞에 붙여놓고 단단하게 앉았을 것이다.
등단매체인 많은 문예지들이 있지만 문학을 꿈꾸는 사람들은 신춘문예를 선호한다. 신춘문예라는 화려한 등단 방식에 매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새해 벽두에 신문이란 영향력 있는 매스미디어를 통해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자신의 작품과 이름을 알리며 등단을 하는 일이니 이 얼마나 가슴 뛰는 일인가. 물론 두둑한 상금도 한몫을 할 것이다.
사실 언론사들이 돈 쓰는 사업에는 인색하다. 그런데 신춘문예 사업만은 중단되지 않고 해마다 성대해지고 있으니 문학 하는 사람에게는 고마운 일이다. 신문이 문학을 대접하는 일이라 생각하니 더욱 즐겁다.
누구든 습작 시절 ‘신춘문예 병’에 걸리지 않을 수가 없다. 나도 그 ‘병자’였다. 신춘문예 사고가 나오는 그 순간부터 당선작이 발표되는 새해 1월 1일까지 오로지 한 생각에만 집중하게 되는 병이다. 그것은 위중할수록 향기로운 문학의 열병이다.
신춘문예 병에는 후유증은 없는가를 물을 때가 있다. 물론 있다. 나의 후유증은 ‘부끄러움’이었다. 새해 빛나는 당선작 앞에서 내 습작들이 부끄러웠다. 그래서 나는 나의 부끄러움을 더욱 뜨겁게 담금질해야만 했다. 그 담금질 덕에 나도 당선 전보를 받을 수 있었다.
신춘문예를 꿈꾸는 일도 아름답고, 그 꿈을 이루는 것도 아름답다. 그러나 당락으로 그 꿈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신춘문예는 끝없이 자신과 싸워야 하는 글쓰기의 한 시작일 뿐이다.
(정일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