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인천 부평구 십정동에 있는 ‘스타훼밀리’ 공장. 이달초까지도 외국인 근로자들로 분주하던 작업장은 지금은 앳된 고등학생들로 채우고 있다. 지난 16일부터 시작된 불법체류자 단속을 즈음해 외국인 근로자 30여명이 한꺼번에 회사를 떠났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24시간 2교대로 고무와 플라스틱 사출제품을 생산하는 전형적인 3D업체.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려온 탓에 직원 70여명 중 외국인이 50명이 넘을 정도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이 업체는 최근 합법적인 외국인 근로자들과 실업고 실습생 12명을 소개받아 작업에 투입하고 있지만 업무능률이 너무 떨어져 고민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전에는 한 명이 하던 작업을 지금은 둘이 맡고 있는데도 능률은 오히려 예전만 못하다. 근근이 공장을 돌리고는 있지만 한마디로 죽을 맛”이라고 푸념했다.
남동공단에 있는 플라스틱 제조업체인 동현정공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체 직원 19명 가운데 8명이 외국인이었던 이 회사는 최근 불법체류자 6명을 한꺼번에 내보내는 대신 조선족 근로자 4명을 새로 고용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고용안정센터로부터 100여명의 리스트를 받았지만, 일할 의욕이나 능력이 없는 사람, 조건이 안 맞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나니 쓸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고심끝에 4명을 고용하긴 했지만, 생산량은 이전의 30∼40%대로 급감했다는 것이 박 부장의 설명이다. 그는 “전에 일하던 외국인들은 야간에 현장 관리까지 맡아줬지만 지금은 그럴 만한 인력이 없다. 지금은 야간 일부라인은 아예 가동조차 못하는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그나마 이들 업체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경인고용안정센터에 따르면, 불법체류자 신고접수가 시작된 9월부터 지금까지 업체들이 사람을 구해달라고 요구한 인원은 모두 472명인 데 비해, 업체들이 실제로 고용한 인원은 필요 인원의 58%인 276명에 불과하다. 절반가까운 업체들이 사람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근로자의 질은 고사하고 ‘머릿수’조차 채우기 힘든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인력난에 시달리는 제조업체들은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생각이 간절하다. 한 업체 관계자는 “오랫동안 함께 일하다 단속을 피해 잠적한 외국인 근로자들로부터 가끔 ‘다시 일하게 해달라’는 전화가 걸려온다”며 “인력난이 워낙 심각하다보니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다시 고용해볼까하는 유혹이 생긴다”고 털어놨다.
이런 유혹은 ‘제조업체에 대해서는 단속을 유보한다’는 정부 발표 이후 더욱 강해졌다. 출입국관리국에는 “제조업체에서는 불법체류자들을 고용해도 좋다는 뜻이냐”고 묻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남동공단 입주업체 인사·총무 담당자들의 모임인 ‘남동총무회’ 소속 관계자는 “정부 발표가 나기 이전에 이미 비슷한 소문이 퍼져 있었다”면서 “강력하게 단속한다고 경고할 때도 계속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는 업체들이 상당수 있었는데, 단속을 보류한다고 하니 ‘이제 마음놓고 써도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출입국관리국은 “업무량이 많기 때문에 제조업체 단속을 약간 뒤로 미룬다는 뜻일 뿐, 필요하면 언제든 (제조업체에 대한) 일제 단속에 들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출입국관리국은 정부기간 합동단속 기간이 끝난 뒤에도 불법체류자 단속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