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시라크 (Chirac) 프랑스 대통령의 보청기 사용을 두고 프랑스 정가가 떠들썩하다.

오는 29일 71회 생일을 맞는 시라크의 건강과 관련, 시사 주간지 렉스프레스는 최근 “가벼운 청력 문제를 앓고 있는 대통령이 목소리를 높이고, 너무 시끄러운 분위기에서 대화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대통령은 왼쪽 귀에 은밀하게 보청기를 착용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은 이 보도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지만 시라크 대통령이 발끈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시라크는 유럽 여성들로부터 “섹시하다” “근사하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평소 건강을 자랑해 왔기 때문이다.

여성 정치인으로도 유명한 로젤린 바슐로 환경부 장관이 19일 국무 회의에 앞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대통령의 보청기 착용설에 대해 “그런 것 같다”고 말해 현대판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식의 파문을 확대시킨 상황이었다.

급기야 정부 대변인은 “대통령은 분명히 보청기를 끼지 않는다”고 공식 부인했고, 몇 시간 뒤 바슐로 환경 장관이 굳은 얼굴로 엘리제궁을 빠져 나가는 것이 목격됐다. 기자들의 질문공세에도 불구하고 그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시라크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을 것이라고 언론들은 추측하고 있다.

한편, 다른 장관들은 일제히 시라크의 보청기 착용을 부인하는 발언을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파트릭 드베지앙 지방 자치 담당 장관은 “나는 못 보았는데, 환경 장관은 시력이 좋은 모양”이라고 일축하면서 “(대통령의) 건강을 확인하기 위해 맥박을 꼭 짚어봐야만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프랑수아 피용 노동 장관은 “대통령이 대화 상대자의 말을 제3자에게 되풀이 시키는 것은 보청기 고장이 아니라, 그 말에 일관성이 없음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앙리 플라뇰 국가 개혁 장관은 “대통령이 보청기를 낀다면, 놀랄 일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은 여전히 건강하고, 청취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더 잘 들으려는 사람에게 보청기는 옳은 선택”이라고 옹호했다.

( 파리=박해현 특파원 hhpar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