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정-정용진 커플의 이혼은 '예고된 파경'이었다.

신세계백화점 이명희 회장의 미국 거처인 캘리포니아주 팜 스프링스(Palm Springs)에 거주하며 이 회장과 두터운 친분을 유지해온 한 재미교포 인사는 19일 "이미 1년여 전부터 이 회장이 며느리인 고현정에 대해 '팜 스프링스 출입 금지령'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

95년 결혼후 몇년간 고현정-정용진 부부가 이곳을 자주 방문해 가족 식사와 골프를 즐길 때면 이웃의 한국인들도 다수 초청돼 '교민 잔치'나 다름없는 분위기가 연출됐는데, 하루 아침에 고현정의 발길이 끊어지자 교민들도 의아하게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또 신세계백화점측의 한 관계자는 "올해초 이 회장이 귀국해 일본으로 가족 여행을 떠날 때에도 유독 며느리인 고현정만 빠져 부부는 물론 고부간에도 뭔가 이상 징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사내에서 은밀히 돌았었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뒤늦게 드러나고 있는 이명희 회장과 며느리 고현정간의 갈등 사실은 고-정 커플의 이혼 사유를 짐작하는데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다섯째딸인 이명희 회장은 아들이 결혼한 직후 며느리를 애지중지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측근들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일년중 대부분을 며느리와 떨어져 살면서도 정기적인 부부동반 나들이를 하며 서로간 이해폭을 넓히기 위해 노력했고, 지난해 고현정이 미국 유학을 노크했을 때에도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했던 주인공이다.

그러나 고현정이 2001년 '왕다이아몬드 도난사건', 지난해 11월 가라오케 출입사건, 지난해말 성탄절 차량접촉 사고 등으로 물의를 빚으며 잇단 구설수에 오르자 태도를 바꾼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세계는 지난 2000년 재계 최초로 윤리경영 실천을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기업이다. 오너 일가가 모범을 보이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는데, 고현정과 관련된 일련의 구설수가 여러 모로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기일에 전격 이혼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세계는 한솔 CJ 새한과 더불어 각각 삼성그룹에서 분리됐지만 '호암 이병철' 아래 넓은 의미의 한가족이라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 정서이고, 지난해에도 경기 용인 에버랜드내 호암미술관에 있는 고 이 회장의 묘소에 모여 가족간의 유대를 다진 바 있다.

일각에서는 '양측 합의를 전제로 한 예고된 파경'이었음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고현정의 서울 서초동 친정집이 이혼발표직전 이사했다는 사실을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