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김원기 공동의장이 19일 아침 여의도 당사에 출근하지 않고, 돌연 지방으로 ‘휴가’를 떠났다. 아침 7시30분에 시작하는 정책정례회의와 9시30분의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해야 할 그였다.
두 회의를 취재하는 기자들은 물론, 당직자들까지 술렁거렸다. “소장파 의원들의 당 의장 직선제 주장에 심기가 불편해 당무 사보타주를 한 것이다” “피로가 겹쳐 휴식을 취하기 위한 것이다”…. 온갖 설이 난무했다.
이에 이재정 총무위원장은 기자들에게 “김 의장이 창당에 매진하느라 대선 이후 거의 하루도 쉬지 못해 사흘간 휴가계를 냈다. 휴가 중 건강을 살피고 신당 진로도 구상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래도 억측이 꼬리를 물자 정동채 홍보기획단장이 또다시 온갖 설의 진화에 나섰다. “김 의장이 각종 ‘설’을 걱정하며 전화를 주셨다. 아무런 정치적 이유 없이 쉬는 것일 뿐이다.”
김 의장의 측근 보좌관들도 잇따른 질문에 “정읍 근처로 쉬러 갔다”는 모범답안만 내놨으나, 목소리에서 묻어나는 분위기는 당직자들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김 의장은 그간 “신당의 안정을 위해 당 의장은 간선으로 뽑고 총선 선대위원장에 젊은 얼굴을 포진하자”는 자신과 중진들의 안에 정동영 천정배 신기남 의원, 이른바 ‘천신정’ 등 소장그룹이 강력 반발하며 당 의장 직선제를 성사시키자 내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김 의장은 지난 주말 동료의원들과 골프를 하면서도 당내 특정 소장파 의원을 ‘단기필마’ 스타일로 분란을 일삼았던 한 한나라당 의원에 비유하며 강하게 비난했다고 한다. “자기 인기만을 노리는 ‘돈키호테과(科)’가 우리 당엔 너무 많다. 그런 사람들은 정치지도자 교육을 다시 제대로 받아야 한다”는 얘기였다.
이날 김 의장과 함께 골프를 한 의원은 “김 의장이 노무현 대통령의 측면 지원도 없이 신당 창당에 열정을 쏟았는데 일부 소장파가 ‘나가라’는 데 대해 무척 서운한 것 같다”고 전하면서, ‘천·신·정’에 대해선 “당과 조직을 죽이고 자신들만 커 보겠다는 사람들 아니냐”고 비난했다. 김 의장과 가까운 한 핵심 당직자도 “김 의장이 최근 ‘이대로는 못 하겠다. 그만두고 싶다’고 하여 말린 적이 있다”고 했다.
이런 김 의장측의 최근 기류와 함께 김 의장이 18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후배들과 머리를 부딪치며 뛰는 모습은 좋지 않다”며 당 의장 경선 불출마 의사를 밝힌 다음 날 ‘휴가’에 들어간 사실로 미뤄 ‘과로설’보다는 심기불편에 따른 ‘사보타주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정동영 의원은 이날도 김 의장의 간선제 주장에 대해 “간선제 자체가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것”이라며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출발한 신당이 한나라당과 민주당도 하지 않는 간선으로 당 대표를 뽑자는 발상은 어처구니 없는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갈등은 차기 총선을 치를 ‘당의 얼굴’을 누구로 하느냐를 놓고, 김 의장과 정동영 의원의 생각이 정면 충돌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