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일주일간의 대통령 측근 비리에 대한 연쇄 폭로전을 예고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측근 비리 특검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유다. 야당이 대통령 주변의 비리를 추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폭로 주간’을 설정해 공세를 펴는 것은 권력 비리 감시라는 본연의 뜻과는 거리가 먼 행태다.

한나라당은 어제까지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대선 후 통일교 관련 그룹, S그룹 등으로부터 900억원을 받았다” “대선 때 충주 K나이트클럽 사장 이원호씨와 그 부인 계좌에서 100억원이 빠져나가 대통령 측근에게로 갔다” “썬앤문 그룹이 인수한 호텔을 용도변경해 주상복합 아파트를 짓기 위해 노 대통령측에 95억원을 줬다”는 등의 폭로를 했다.

하지만 재계 3위의 SK그룹이 대선자금으로 여야에 준 것이 200억원이 안 되는데 지방 유흥업소 소유주가 100억원을 제공했다면 일반의 상식과는 잘 맞지 않는다. 한나라당이 이같이 상식으로는 고개가 끄덕거려지지 않는 내용을 국민에게 납득시키기 위해선, 증거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정황 근거라도 제시해야만 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그 정도의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얼마만큼 사실 확인 과정을 거쳤는지도 의문이다. 얼마 전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여당 의원을 지목해 “지난 대선 때 베이징에서 북측 인사와 접촉했다”고 폭로했다가 출입국 기록조차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망신을 당한 바 있다. 이번에도 당 지도부로부터 폭로전에 나서달라는 부탁을 받은 한 의원은 “확인되지도 않은 것은 못한다”고 거부했다 한다.

노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들 비리 의혹에 대한 특검을 거부한다면 분명 잘못된 일이다. 이 잘못된 일을 막을 수 있는 것은 국민적 명분이다. 지금 한나라당이 하는 식으로 폭로 주간을 설정하고 캠페인 벌이듯이 폭로전을 벌이는 것은 그런 국민적 명분을 스스로 훼손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