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시(Bush) 행정부는 지난 9월 4일, 한국에 이라크 추가 파병을 공식 요청하기 전 파병 요청을 할 것이냐를 두고 내부회의를 했으나 ‘청와대를 비롯한 한국 내부의 반미 기류로 거절당할 수 있기 때문에 요청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며 부정적인 견해가 다수 의견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18일 정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미 행정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병 요청을 한 배경은 “미 의회 쪽에서 ‘한국에 자신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3만7000여명의 미군이 나가 있고, (한국이) 동맹인데 왜 파병요청을 하지 않는 것인가’라는 추궁이 있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또 “미 행정부 내에서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없지만, 학계 등 외부인사들은 3만7000여명의 주한미군 가운데 1만명 정도를 빼서 이라크로 보내지 왜 굳이 싫어할지도 모르는 한국에 파병 요청을 하느냐는 등의 얘기를 하고 있다”고 최근 심상치 않은 한·미 동맹관계의 단면을 소개했다.
한편 미국은 17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최대 3700여명에 이르는 정부의 이라크 파병 규모 등에 대해선 긍정적 입장을 보였으나 공병·의무 등 ‘기능 중심’ 부대로 편성할 경우 미국에 실질적 도움보다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우리측에 전달해 왔다고 이 소식통은 밝혔다.
미국은 또 “‘적절한 배합(right mix)’이란 표현을 사용하며, 이라크에 파병될 한국군에 자국부대 보호뿐 아니라 영외(營外)에서의 치안유지 활동이 가능한 보병(infantry)을 얼마만큼 많은 비율로 포함시키느냐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소식통은 “(미국은) 용산기지를 이전할 때 연합사와 유엔사 등을 포함한 모든 시설을 오산·평택으로 한꺼번에 옮기겠다는 입장이었다”면서 “서울 도심에 연합사·유엔사를 남겨 반미감정의 여지를 남겨둘 필요가 없다는 논리였기 때문에 우리 정부 내 일부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아마도 이전 움직임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