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상하이에 있는 동안 너(5촌 조카)는 출세할 생각은 하지도 마라.”

올봄 퇴임한 주룽지(朱鎔基·75) 중국 전 국무원 총리의 청렴결백한 성격을 보여주는 일화가 홍콩 시사주간지 아주주간(亞洲週刊) 최근호에 소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은퇴 이후 시민들의 뇌리에서 점차 잊혀져가던 주 전 총리의 최근 근황과 숨겨진 일화는 아주주간이 그의 사촌형인 주징예(朱經冶·90)옹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주 전 총리는 퇴임 후 상하이(上海)에 자주 머물렀으며 역시 상하이에 거주하고 있는 주징예 옹은 주 전 총리를 가끔씩 만나고 있다. 주룽지의 사촌형이 전한 주 전 총리의 청렴함은 고대 중국 역사책에 기록된 어느 청백리에 못지않다. 주룽지는 친지들로부터 아예 청탁 자체를 받지 않았다. 1987~91년 상하이 부서기, 시장, 서기로 재임할 당시 상하이시 방직국(紡織局) 부서기를 맡고 있던 5촌 조카(주징예 아들)에게 “내가 상하이에 있는 동안 출세할 생각은 하지도 마라”고 사전에 언질을 주었다고 한다. 실제로 주 전 총리의 조카는 4년 동안 승진하지 못했으며 주위에서는 주룽지의 조카가 맞는지 의심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주룽지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쓴 전기(傳記)를 읽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돈벌이가 목적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는 사촌형(주징예의 동생)이 써 보낸 자신의 전기도 “나와의 관계를 밑천으로 돈을 벌려고 한다”며 끝내 읽지 않았다.

그의 고향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에 있던 집안 사당에 대한 일화도 그의 청렴함을 잘 보여준다. 주룽지 집안의 사당은 오래 전에 부숴졌는데, 이 사실을 안 마을의 서기가 근사하게 지어주려고 했다. 마을 서기는 몇 번이고 주 전 총리를 초청했지만 그는 끝내 가지 않았으며 5년 전 고향을 찾은 이후 다시는 고향 땅을 밟지 않았다고 아주주간은 전했다. 그는 기회가 닿는 대로 후난성 관리들에게 자신을 팔지 말 것을 당부해 왔다.

얼마 전 상하이에서 가진 한 모임에서 주룽지는 중국 공산당과 금융계에 만연한 비리를 거론하며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내 주변에 있는 금융 책임자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그들 역시 비리를 저질렀다”며 자책했다는 것이다.

한편 아주주간에 따르면 주 전 총리는 5월 실시한 신체검사에서 목 부분에 종양이 발견됐다. 하지만 이 종양은 치명적인 악성(惡性)이 아닌 상대적으로 치료가 쉬운 양성(良性) 종양이었으며 주 전 총리는 수술을 받고 회복됐다.

주징예 옹은 “주룽지는 가족·친지보다는 나라와 국민을 먼저 생각했다”며 “하지만 친척들끼리 모인 자리에서는 농담도 잘하고 다정하고, (겉으로 비친 모습과 달리) 감성적인 면도 많다”고 밝혔다.

재임 시절 주 전 총리 특유의 엄격한 스타일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 퇴임 후에도 삼엄한 경호 속에 지내고 있다는 주룽지는 독서를 하며 유유자적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