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속로 휴게소에서 겪었던 일이다. 화장실에 들어가다 한 젊은 여성과 부딪쳤다. 내가 서두르다가 저지른 실수라고 생각해 먼저 “죄송합니다”라고 고개 숙여 사과했다. 그러나 상대는 기분 상한 표정으로 흘겨보더니 그냥 가버렸다.

뒷모습을 보면서 머쓱했는데, 그녀가 친구를 대하는 태도에 얼이 빠졌다. 그녀는 기다리던 친구들에게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며 연방 사과하는 것이었다.

남에게 미안했다는 것은 생각 못 하고, 자신이 소속된 집단이나 친한 사람들에게만 ‘죄송하다’고 말하는 태도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아마도 ‘내가 살아가는 데 관계없는 사람 아닌가’ 혹은 ‘잘 보여봤자 다시는 볼 일이 없을 테니까’ 하는 심리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 아닐까. 세상은 나와 관계 있는 사람하고만 사는 곳이 아니다. 인연이 없어도 지켜야 하는 예의가 있다. 나 또한 이런 예의에 충실해야 하는 세상의 일원이다.

(이미선 22·대학생·서울 도봉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