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시집간 딸처럼 처음에는 친정집에서 양성된 습관에서 해탈되지 못하다가 그 뒤 차차 습관되고 마지막에는 시집의 사람으로 되는 것…”
중국조선족 문학인들은 1993년에 발간된 ‘우리 중국 조선족 문학의 성격문제’에서 정판룡이 주장한 위의 부분을 인용하기를 좋아한다. 지난 13일 배재대에서 열린 ‘중국 조선족 문학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세미나’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선 김호웅(연변대 조선어문학부교수)과 석화(연변 시인)도 모두 두 부분을 인용했다.
이날 김교수는 “중국 조선족은 모국에 대한 사랑과 더불어 중국에 대한 사랑도 가지게 되었으며 중국어와 한국어의 병용이라는 이중적 언어생활을 하는 이중적 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이런 점에서 중국 조선족은 “세계 어느 나라에 살든지 중국인으로 자처하는 화교들이나, 모국과 거주국에 다 충성하되 모국에 대한 충성심을 우선하는 유태인과도 다르다”는 것이다.
바로 이같은 점에서 조선족 문학도 중국 문학의 일부분인 동시에 세계의 우리민족 문학의 일부분이라고 김교수는 말했다. 김교수는 “이중적 정체성을 가진 이중적 언어생활을 하는 재외동포는 단일한 정체성을 가지고 단일한 언어생활을 하는 국민과는 달리 양쪽의 주류민족으로부터 오는 멸시와 배척을 받게 되고 그로부터 이중으로 소외된 삶을 살면서 극심한 심리적 갈등을 겪는다”고 말했다.
청말(淸末)에는 귀화입적(歸化入籍)을 강요받고, 일제때는 황민화정책에 시달리다가 요즘에는 불법체류자로 살아야 하는 사정이 그것이다. 그러나 김교수는 이같은 소외된 삶은 제3의 눈인 비교적인 관점을 갖게 된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중국 조선족 시문학의 특징을 항상 고국을 그리워하는 ‘바라보기의 시학(詩學)’으로 규정하는 시인 석화(石華)도 아웃사이더로서의 비애, 고국상실의 비애를 중국 조선족 문학의 주요 모티브로 규정하면서 “중국 조선족 문학은 한국문학의 연속선상에 이해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두사람은 모두 시간이 흐를수록 중국 조선족의 한글사용이 적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이규식 한남대 불문과 교수는 약간 다른 견해를 제시했다. 고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 살면서 주류에 편입되지 못한 채 문학활동을 하는 민족이 세계적으로 적지 않으므로, 그것을 사실 그대로 인정하고 문학 본래의 기본주제에 천착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주문이었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 들어와 있는 중국 조선족 5000여명은 한국국적 신청서를 법무부에 제출한 데 이어 14일 국적회복을 위한 헌법소원을 냈다. 이들은 1948년 국적법령에 의해 대한민국 국민의 지위를 부여받았으며, 비록 지금은 중국 국적으로 되어있지만 스스로 중국 국적을 취득한 것이 아니므로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했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한반도 분단상황의 변화와 한국 정부의 태도와 국력의 변화 등에 따라 중국 조선족 문학의 성격도 상당부분 영향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