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로 피해를 입은 농어민들에게 정부가 지원하는 피해복구비를 금융기관과 일반 채권자들이 채권확보를 위해 압류·가압류하고 있다는 소식은 단순히 야박하다기보다 뭔가 단단히 잘못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을 주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어민과 양식업자들에 대한 복구비 압류·가압류만 310건에 금액으로 180억800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정부가 어민 피해복구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교부한 보조금 2185억원의 8.3%에 달하는 규모다. 그 가운데는 채권자들이 아직 지급하지도 않은 복구비에 대해서까지 지자체를 상대로 한 소송을 통해 압류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 농민들의 경우도 지역 농협이 태풍 피해보상금이 입금된 계좌에 대해 지급정지 조치를 하거나 압류·가압류한 사례가 드러나, 지난 10월 14일 농협중앙회가 이를 중단하게 한 일도 있었다.

물론 금융기관과 채권자들도 나름대로 할 말이 있을 수 있다. 또 농어민 중에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도저히 채권을 회수할 수 없는 악성(惡性) 신용불량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 사는 세상에선 법적으로 정당하다 해서 무엇이든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법적 정당성보다 상식과 부합 여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태풍에 모든 것을 앗기고 넋을 잃은 농어민들이 얼마 안 되는 복구지원비까지 압류당해 다시 좌절하게 내버려 둔다면 그건 너무 잔인한 일이다. 더욱이 정부가 올해 복구비 지원방식을 ‘선복구-후지원’에서 ‘선지원-후복구’로 바꾼 것은 사상 최악의 태풍 피해를 입은 농어민들이 하루라도 빨리 일어설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이런 정부의 배려를 내동댕이치는 듯한 복구비 압류·가압류 조치가 더 번지기 전에 정부 차원의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