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정치자금 개혁을 둘러싸고 큰 진통을 겪고 있다. 작년 11월부터 발효된 새 정치자금 개혁법안이 위헌 논란에 휘말리며 법원으로 비화된 상태다.

미 상·하원은 작년 공화당의 존 매케인(McCain)과 민주당의 러셀 파인골드(Feingold) 상원의원이 초당적으로 주도한 정치자금 개혁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의 골자는 이른바 ‘소프트 머니’를 전면 금지하고, 기업·노조와 기타 이익단체의 정책 광고를 금지시키는 대신 개인이 기부할 수 있는 ‘하드 머니’는 1인당 연간 1000달러에서 2000달러로 상한선을 올린다는 내용이다.

소프트 머니는 지방자치단체 선거나 정당활동, 투표 독려 등의 목적으로 정당만이 받을 수 있는 돈이며 개인이나 기업, 노조 등이 무제한으로 제공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반면 하드 머니는 연방 선거용으로 후보나 정당이 받는 돈으로, 엄격한 제한이 있다.

미국에서는 2002년 중간선거 때 총 4억달러의 소프트머니가 각 정당에 쏟아부어 지는 등 소프트머니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정치자금 개혁의 목소리가 불거졌었다.

하지만 공화당의 미치 맥코넬(McConnell) 상원의원과 미국 노동총연맹 산업별회의(AFL-CIO), 미국총기협회 등 단체들은 새 정치자금 개혁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에 위반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미 연방항소법원은 지난 5월 이 법안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렸으며, 현재 미 대법원은 지난달 특별심리를 통해 법리검토에 착수한 이후 판결을 준비 중이다. 미 대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리느냐에 따라 미 정치자금의 판도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미 정치자금 개혁 논란은 기본적으로 정치자금이 너무 많이 들어가고, 또 각 정당이나 후보가 돈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200달러가 넘는 정치자금 내역은 모두 연방선거위원회(FEC)에 신고하게 돼 있고, FEC가 이를 비교적 잘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투명성 논란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미국에서 쇠고랑을 차는 정치인들이 별로 나오지 않는 것은 그들이 많이 받지만 법에 따라 그 내역을 투명하게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투명성이 정착되기까지는 1970년대 ‘연방선거운동법’ 등 잇따른 개혁법안 통과가 큰 뒷받침이 됐다.

(워싱턴=주용중특파원 midwa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