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가 “선정성 없는 오락 프로그램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겠다”며 신설한 ‘스펀지’(토요일 오후 6시40분)가 출범 첫회부터 일본 후지TV의 간판 프로그램 ‘트리비아의 샘’(Triviaの泉)을 표절했다는 시비에 휘말렸다. 일본 후지TV는 11일 공식 논평을 내고 “이 프로그램은 현재 한국판매를 구체적으로 교섭 중이었다”면서 “의혹이 제기된 프로그램을 아직 보지 않아 판단할 수는 없지만, 방송내용을 검토한 뒤 대응방식을 결정하겠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후지TV 서울지국 한 관계자는 “1959년 후지TV 창립 이래 한국 프로그램에 대해 표절의혹으로 공식논평을 내기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트리비아의 샘’은 지난해 첫 방송을 내보낸 뒤 후지TV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한 인기 프로그램으로 “일본에서 시판 중인 컵라면 20여종 중 면발이 가장 긴 것과 짧은 것” 등의 잡학(雜學)을 알려준 뒤, 연예인 패널이 얼마나 기발하고 재미있다고 판단하느냐에 따라 점수를 주는 방식이다.
8일 첫 방송 이후 11일 현재 300건 넘는 글이 올라 있는 ‘스펀지’의 홈페이지는 “일본 후지TV의 ‘트리비아의 샘’과 기획의도와 형식이 거의 같다”는 네티즌들의 항의로 게시판이 도배되다시피 했다. 또 KBS 옴부즈만 프로그램인 ‘TV비평 시청자데스크’(토요일 오전 11시)의 홈페이지에도 ‘스펀지’의 표절의혹을 제기하는 글이 잇따랐다.
실제로 이 두 프로그램은 우리가 흔히 접하지 못하는 내용을 소개 혹은 질문하고 진위 여부를 확인한 뒤 연예인 등이 그 지식의 유용성을 별점으로 평가하는 전개·진행방식이 거의 비슷하다. 단지 ‘스펀지’는 인터넷 지식검색 프로그램에서 질문을 고르지만 ‘트리비아의 샘’은 시청자들의 제보에 의존하고, 또 ‘스펀지’는 이 지식의 평가를 연예인이 아니라 50명의 일반인 패널에게 맡긴다는 것이 다르다.
‘스펀지’ 첫회에서 나온 질문은 “단무지를 처음 만든 사람은 ○○”이다.”(정답은 일본의 다쿠앙 스님), “인천공항에는 세상에서 가장 큰 ○○가 산다”(정답은 토끼·인천공항의 전체 구도가 앉아 있는 토끼를 닮았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 등이었다.
이에 대해 이 프로그램 연출을 맡은 박정미 PD는 “인터넷 지식 검색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지난 7월 프로그램 기획안을 만들기 시작했다”면서 “지난 9월 ‘트리비아의 샘’ 녹화 테이프를 처음 구해 본 뒤 ‘표절’이라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비슷한 부분은 일부러 없애기까지 했다”고 반박했다.
그동안 방송가의 고질적 병폐로 지탄받아온 일본 TV 프로그램 ‘베끼기’ 의혹에 대해 일본 방송국 차원의 대응이 나온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일본 대중문화 전면 개방을 앞두고 저작권 문제 등 항후 전개과정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