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연구팀이 대폭 확충할 것을 제안하는 비례대표제는 철저히 ‘정책세력’ 중심으로 채워져야 한다. 그리고 그 정책세력은 분야별 전문가들을 골고루 망라해야 한다.
연구팀은 이 두 가지 원칙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의 하나로, 각 당이 비례대표후보 공천을 국회 상임위원회별로 할 것을 제안한다. 공천 후보 각각에 대해 ‘이 후보는 환경노동위 소속, 환경 전문가로 공천한다’고 밝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후보가 환경 분야에 어떤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 역시 공개해야 한다. 이런 방식을 통해 공천 헌금자나 지역구 공천 탈락자, 당료 출신 등을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해온 관행을 차단하고, 각 분야 정책세력이 골고루 국회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실제 현재 비례대표 의원 구성을 보면 정책세력이 골고루 포진하는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전국구로 불리는 현행 비례대표 의원은 한나라 21명, 민주당 19명, 자민련 5명, 민국당 1명 등이다.
46명의 비례 대표 의원 중 15대 때 지역구에 출마했던 사람은 10명이다. 이들은 당내 지역구 공천에서 탈당했거나, 원로 대접을 받아 비례대표로 옮긴 경우다. 오래 당을 위해 봉사했던 보상으로 공천받은 의원도 6, 7명이며, 당에 대한 재정기여도가 공천 이유로 꼽히는 의원도 5, 6명 정도다.
전체 46명 중 절반 가량이 정책 전문성과는 무관한 이유로 공천을 받은 것이다. 일부 비례대표 의원들은 해당 분야 전문가 출신들로 내용 있는 의정활동을 한다는 평이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비례대표 의원들의 소속 상임위 분포도 편중 현상이 심하다. 민주당은 14개 상임위 중 건설교통위, 농림해양수산위, 보건복지위, 산업자원위, 행정자치위 등 5개 상임위엔 비례대표 의원이 한 명도 없다.
반면 국방 4명, 과학기술정보통신, 교육, 정무 각 3명씩 4개 상임위에 비례대표 19명 중 13명이 집중돼 있다.
한나라당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건교, 농해수, 법사, 행자위 등 4개 상임위엔 비례대표 의원이 한 명도 없는 반면, 국방(4명), 보건복지(3명), 재경위(3명) 등 3개 상임위에는 비례대표 21명 중 10명이 몰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