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참여정부의 대(對)언론관계를 새롭게 설정하겠다는 뜻을 잇달아 내비치고 있다. 대통령은 5일 조선일보를 비롯한 5개 일간지 편집국장들과 만나 “언론과 정부가 서로 존중하고 이해를 높이자”며 “국민에게 용기와 자신감, 희망을 주는 정부와 언론이 되는 데 서로 협력하자”고 말했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견지해 온 언론관(觀)과 사뭇 다른 이번 언급들이 어떤 배경에서 나왔고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구체화할지 궁금해하고 있다.

정부와 언론의 관계 정립은 서로의 역할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정부와 언론은 서로 돕는 관계가 아니고 서로 선의로 봐달라 말라 할 관계도 아니다. 정권은 국가를 운영하는 정권의 갈 길을 가고 언론은 권력의 동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의 갈 길을 가되 서로 역할을 인정하면 그만이다. 이것이 노 대통령이 여러번 되풀이한 ‘건전한 긴장관계’의 바른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정부 출범 이후의 정·언(政言)관계는 언론에 대한 정권의 일방적 공격이라는 병리적 모습을 띠어 왔다. 정부에 우호적인 매체와 그렇지 않은 매체를 편가르기해 온 것도 그러려니와, 언론상대 소송을 범정부적으로 독려하고, 국정홍보처 간부가 외국신문에 한국 기자를 매도하는 글을 투고하는 일들이 벌어져 왔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과 정부 지배하에 있는 방송들이 ‘미디어 비평’이라는 명목 아래 일부 신문에 대한 의도적 공격을 끊임없이 퍼붓는 지금까지의 대(對)언론관계 설정은 민주주의의 기본틀을 적지 않게 손상시켜 왔다. 또 정부가 언론 보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서 직영 매체를 만들기까지 한 것은 여소야대의 의회가 못마땅하다 해서 의회를 건너뛰어 국민과 직접 접촉하겠다고 나서는 발상과 비슷한 것이다. 특정 정치 노선과 색깔을 지니고서 권력과 연계돼 있다는 의혹을 받아 온 정치인 후원조직 비슷한 단체들이 언론을 조직적으로 공격하는 사태 역시 정상이 아니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이번 대통령의 변화를 긍정적 전환이라고 평가하지만, 정부와 언론이 대통령의 언급을 출발점으로 삼아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려면 그 이전의 것들과 구분 짓고 결별하는 구체적 변화들이 뒷받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