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외정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림에서 일주일 넘게 산불이 확산되면서 산림과 마을의 인명과 재산이 온통 폐허가 되었다. 작년에도 미국 서부지역 대형산불로 남한면적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240만ha 숲과 건물 2000채를 태웠다. 호주 시드니 근처 대형산불도 숲 30만ha를 태우고 시 외곽 15㎞까지 접근하면서 이재민 5000명을 발생시켰다.

이처럼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 숲은 자원가치 상실은 물론 지역사회의 재난거리가 된다. 이 때문에 부시 미 대통령은 작년 8월 산림건강성회복계획 (Healthy Forests Initiatives)을 선언하였다. 산불과 병해충의 위험에 직면한 숲 가꾸기 사업 촉진을 위해 10년 계획을 수립, 이를 지원할 특별법안을 서둘러 마련했다. 제때에 숲 가꾸기를 하지 못해 숲속에 방치된 덤불이 불쏘시개가 되어 대형산불을 일으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중국의 사막 지역과 황토고원 산림 황폐지에서 발생하는 황사는 우리나라 봄철 상공을 자주 뒤덮어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매년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서는 도쿄 외곽지역 삼나무 숲에서 발생하는 꽃가루 때문에 도쿄 시민의 10% 가량이 화분증이라는 호흡기병 증세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 지출하는 연간 의료비만 2조8000억원, 노동손실은 65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나치게 빽빽한 삼나무 숲 때문에 발생하는 막대한 사회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 2000년부터 긴급 간벌 5개년 대책을 수립, 전국적으로 숲 가꾸기 사업을 벌이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 보듯이 숲 가꾸기가 목재가치를 높여주는 기존의 간벌사업 개념에서 이제는 국민의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는 공공사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IMF 비상시기에는 숲 가꾸기 사업을 공공근로사업으로 추진, 연평균 1만3000명을 상시 고용하면서 44만ha의 숲 가꾸기를 실시하였다. 당시 숲 가꾸기는 실업자를 구제하여 사회안전망 역할도 하고, 농·산촌 경제 낙후지역의 고용효과가 있어 지역균형발전에도 기여한 사업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숲 가꾸기 사업이 일반 정책사업으로 되돌아오면서 큰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경제림 육성사업 대상지의 70%나 차지하는 개인 산림소유자가 수익성이 낮은 숲 가꾸기 사업을 꺼린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최단기간 내 국토녹화에 성공한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30년 국토녹화 과정에서 일구어 온 전국의 숲 대부분이 지나치게 빽빽한 상태다. 이를 제때 충분히 솎아주지 않으면 나무가 가늘게 웃자라고 하층식생이 자랄 수 없어 생태적으로 건전하지 못하고 병충해와 풍수해에 허약한 숲으로 변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3년 전 동해안 산불처럼 대형산불 발생 위험이 커지고, 숲 자체의 물소비가 많아지면서 계곡물을 오히려 마르게 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사회적 손실을 사전에 방지하려면 숲 가꾸기 사업을 시급히 추진해야 하며, 미국이나 일본처럼 국가 공공사업 차원에서 획기적인 지원 정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산주(山主)와 지자체에 숲 가꾸기 사업비용 부담을 덜어주고, 경제림 육성사업 계획에 참여하는 산주에게 종토세와 같은 토지보유세 절감폭을 늘리는 혜택도 효과적인 지원 대책이다. 긴급하게 숲 가꾸기를 해야 할 오대강 유역 수원림, 도시림 등이 사유림일 경우 국가가 매입하거나 이용권을 확보하는 일도 국가가 해야 할 사업이다.

숲에 방치되어 있는 숲 가꾸기 간벌목이 산불을 키우고 있다. 이들을 끌어내는 수집비용을 추가로 지원하여 산불피해를 줄이고, 이를 농촌지역 연료나 수질 정화용 톱밥으로 활용하는 친환경 프로젝트 개발도 구체화해야 할 단계다. 숲은 잘 가꾸면 미래 생명자원이지만 숲 가꾸기 시기를 놓치면 환경악화와 대형산불 같은 사회적 손실을 줄이기 어려울 것이다.

(김외정·임업연구원 산림경영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