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기업(SK·삼성·LG·현대차·롯데)+α(알파)’로 대선자금 수사범위를 확대한 검찰이 이들 기업들로부터 정치권에 불법대선자금을 제공한 사실에 대해 어떻게 ‘실토’를 받아낼지 묘수짜기에 들어갔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후원회나 재정국 실무자 4~5명에 대해 소환을 통보했으나 이들에게 큰 기대를 걸지는 않고 있다. 일단 기업 쪽의 입을 열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면 기업에 대한 강한 압박이 필요하지만, 자칫 ‘경제에 주름살이 지게 해서는 안 된다’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어 고민 중이다.
“자진신고·자발협조하면 감경하겠지만, 은폐하려 하면 모든 수사방법을 동원해 수사하고 원칙대로 처벌하겠다”고 한 안대희(安大熙) 중수부장의 말은 검찰의 속내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한마디로 ‘당근과 채찍’ 전략인 셈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의 성패가 수사 초기에 어떠한 성과를 거두느냐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수사 초기에는 일단 강공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5대그룹 자금담당 임원 등을 출국금지 조치한 것도 이런 배경으로 파악된다.
다음 수순은 각 그룹 구조조정본부나 핵심기업 자금담당 임원에 대한 소환과 자료제출 요구로 이어질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단계에서 검찰이 이미 확보하고 있는 단서나 추가 확보에 나선 단서들에 대해 기업들이 얼마나 협조할지가 그 뒤의 수사 방법과 장기화 여부를 가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에서 기업은 대선자금으로 가기 위한 정거장인 만큼, 기업이 직접적인 목표는 아니지만 정공법이 먹히지 않을 경우 본격적인 비자금 탐색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정치권을 의식해 입을 닫을 경우 전격적인 압수수색이나 광범위한 계좌추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이다. 과거 ‘노태우 비자금’ 사건 때처럼 그룹 오너들이 줄줄이 대검청사로 불려오는 장면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무리한 수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검찰의 배려도 곳곳에서 엿보인다. 안대희 중수부장은 “(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이나 소환 사실을 일일이 언론에 알리지는 않겠다”고 했다. 해당 기업의 대외신인도 등을 고려하겠다는 얘기이다.
기업 수사를 담당할 수사팀의 구성 역시 ‘경제를 아는’ 검사들로 꾸려졌다. 이인규(李仁圭) 원주지청장 등 전·현직 서울지검 금융조사부 출신 4명이 그들이다. 이 지청장은 올초 검찰과 재계 일각의 우려를 뚫고 ‘SK 분식회계 수사’를 해낸 뚝심을 보였다.
수사 진용을 재단장한 대검 중수부는 금주 중 우선 조사대상인 5대 기업에 대한 수사 방법과 일정을 정하고 늦어도 금주 말이 되기 전에 본격 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수사 기법에는 강(强)·온(穩)이 있을 수 있지만 수사 자체는 꽤 강도높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