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남도로 출장을 갔다. 전국의 문예회관 가운데 실적이 우수한 데를 추려 시상하는 정부사업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 중 한 군데는 거의 모든 방면에서 다른 곳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빼어난 운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문예회관이 자랑거리로 내세우는 것 중에는 건립비의 상당 부분을 담배판매로 충당했다는 사실이 포함되어 있었다. 공무원들이 지역주민과 향우회 조직 등을 통해 발벗고 나서 모은 돈이 수십 억원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경제학에서 교육이나 복지 같은 재화를 가치재(價値財)라고 부른다. 개인의 자유의사에 맡겼을 경우보다 더 소비되는 것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합의된 것들이다. 그것이 개인은 물론 전체 사회에 더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분야에 국가의 재정을 투입하는 것도 더 많은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비가치재(非價値財)도 있다. 비가치재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지만 개인은 여전히 소비를 하려고 하는 것들이다. 담배와 술 같은 것이 비가치재다. 이런 재화는 소비를 억제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사회적 합의다. 극단적으로는 법으로 금지하거나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막대한 세금을 물리고 공공연히 캠페인을 벌여도 탓하기 어렵다.
오지에 문화시설을 지어 주민들에게 그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게 하는 것은 대표적인 가치재에의 투자다. 반면 담배는 전형적인 비가치재다. 이롭게 쓰일 때는 비가치재도 가치가 크니 세상 이치가 간단치 않다.
(이승엽·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예술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