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은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우방궈(吳邦國)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만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2차 6자회담 개최에 동의한 데 대해 환영하면서 대북 다자(多者)안전보장 방안을 적극 협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의 스콧 매클렐런(McClellan)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6자회담을 계속하는 데 원칙적으로 동의했다는 보도에 고무됐다”면서 “우리는 모종의 안보보장을 (북한에) 제공하는 방안에 관해 다자틀 내에서 논의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리처드 바우처(Boucher)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가 그 회담의 조기 재개를 환영하는 것은 분명하며 중국이 북한에서 한 논의들은 옳은 방향으로 가는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북한이 6자회담 개최에 동의하면서 전제로 내세운 ‘동시행동 원칙’에 대해선 선뜻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동시행동 원칙’이란, 북한의 핵포기와 미국의 안전보장 및 경제지원 등 양측이 바라는 사안들을 동시에 행동에 옮기자는 것으로 ‘북한의 선(先) 핵포기 선언’을 요구해온 미국측 입장과 차이가 있는 대목이었다.

바우처 대변인은 “동시행동 원칙은 그들(북한)이 지난 회담에서 내놓은 제안을 묘사한 방식일 것”이라며 “우리도 역시 모종의 방안을 갖고 테이블 위에 제안을 꺼내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우리는 우리 제안들부터 얘기를 시작할 것이며 만일 그들(북한)이 자기들의 제안들부터 얘기를 시작하고 싶다면 그것도 괜찮다”고 융통성을 보였다.

신봉길(申鳳吉)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31일 “북한의 반응을 고무적으로 생각하며 조속한 시일내 2차회담이 열리기를 바란다”고 말했으나 “우 위원장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면담 이후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나 공식 입장을 아직 전달받지 못해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처럼 공식적으로 신중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일단 12월초~중순에 2차 회담이 열리는 것을 목표로 북한에 대한 다자안전보장 방안은 물론, 북한 핵문제 해결 방안 등을 미국과 일본과 협의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이에따라 이른 시일 내 그동안의 3국 협의체인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회의나 비공식 차관보급 협의체를 가동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북핵 해결을 위해선 북한의 안보 우려 외에 경제적 지원에 대한 내용도 사전에 협의해 2차회담에서 제시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윤영관(尹永寬) 외교부 장관은 “향후 6자회담에서는 북한의 핵개발 계획을 종결시킬 구체적 방도에 대해 논의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북한의 안보 우려와 경제적 곤경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들이 모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2차 6자회담 개최에 동의하면서도 동시행동 원칙과 일괄타결을 계속 고집하고 있고, 대미(對美) 불가침조약에 대한 포기를 선언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2차 6자회담의 전망이 밝은 것만 아니다. 미국측이 여저히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북한 핵포기를 요구하는 대목도 북한이 선뜻 수용하기 어려운 난제로 남아있다.

(워싱턴=주용중특파원 midwa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