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 안강읍에 자리잡은 안강역. 포항~부산 구간을 운행하는 철도 동해남부선 37개역 가운데 하나로, 하루 평균 이용객이 700명을 넘지 않는 작은 시골역이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에게는 복합문화공간 구실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지난 5월 역사 지하1층에 전시실과 회의실을 갖춘 ‘안강역 문화공간’이 마련됐다. 31일까지 ‘윤형철 개인전’이 전시실에서 개최된다. 동해남부선으로 통근하는 교사인 작가가 안강역 문화공간 개장 소식을 듣고 작품 20여점을 내놓았다. 회의실은 청년회, 부녀회 등 모임 장소로 제공되고 있다.
역사 1층 대합실에는 소파, 컬러TV, 정수기 등이 갖춰진 ‘사랑방’이 들어섰다. 기차를 기다리는 승객과 마실 나온 주민이 허물 없이 어울릴 수 있는 장소다. 30일 오전 울산행 기차를 기다리고 있던 김예분(여·75)씨는 “사랑방에 나온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이야기할 수 있어 지루하지 않았다”며 “다른 역에 비해 훨씬 편안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사랑방은 도서관 역할도 겸하고 있다. 소설, 잡지 등 장서 2만권을 누구든지 빌려 읽을 수 있고, 자기 것으로 만들 수도 있다.
개찰구를 통해 플랫폼으로 나가면 수많은 화분을 만날 수 있다. 건널목 너머에는 강아지, 토끼, 닭, 오리가 살고 있는 ‘동물농장’이 자리잡고 있다. 아름다운 환경 덕분에 유치원생, 초등학생의 견학이 끊이지 않는다. 30일 오전에도 안강제일어린이집 원생 100여명이 찾아왔다. 철도와 관련한 교통안전 교육을 받은 후 역에 마련된 문화공간을 둘러봤다. 최성림(여·6)양은 “전시실에 걸린 그림을 보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며 “주말에 아빠, 엄마와 함께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정동호(6)군은 “동물농장에 사는 오리가 ‘꽥꽥’하고 우는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들을 인솔한 이상예(李相禮·여·24) 교사는 “안강역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미술관, 도서관, 동물원, 식물원 기능을 조금씩 해내고 있다”며 “매년 한번 원생들과 함께 찾아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안강역이 이같은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하기 시작한 것은 1999년 최해암(崔海岩) 역장이 부임하면서부터. 1973년 철도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모량역·건천역·효자역·호계역 등 시골역에서 주로 근무해 온 최 역장은 안강역을 문화공간으로 꾸며나갔다. 최 역장은 인터넷 음악방송 ‘철도와 소나무’를 운영하고 있고, 월간 ‘안강소식’도 발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