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민족평화축전’에 온 북한 대표단이 참가 대가 220만달러를 약속대로 달라며 평양 귀환을 7시간 늦췄다는 소식에 국민들은 다시 한번 착잡해졌다. 북한 대표단은 남쪽 주최측이 북측의 예술단 파견 취소로 차질이 생겼다며 이 돈을 깎으려 하자 호텔 출발을 미룬 채 승강이를 벌였다고 한다.

국민들은 두 달 전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때 북한 응원단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플래카드를 울며 떼어가던 것과는 또 다른 남북교류의 이면을 보며 여러 생각을 떠올렸을 것이다. ‘민족화합’을 외치는 민간 축전의 뒤에 돈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에 실망하기도 하고, 북한 대표단의 딱한 모습에 연민을 느끼기도 했을 것이다.

사실 1990년대 초부터 거의 모든 남북교류에는 관행처럼 돈이 오갔다. 민간차원에서 방북하는 기업인이나 문화인들도 1인당 많게는 수천만원씩 되는 입북료(入北料)를 인두세(人頭稅)처럼 지불해왔다. 북한의 뒷돈 요구는 남쪽 사람들이 건수 올리듯 방북 경쟁을 벌이며 잘못 길들인 탓도 크다.

KBS만 해도 지난 8월 ‘평양 노래자랑’ 공연의 대가로 13억원을 낸 것을 비롯해 2년 동안 남북 방송교류와 관련해 63억원을 썼다고 한다. 하지만 평양 노래자랑이나 이번 제주 축전이나 북쪽엔 아무 반향도 없이 남쪽에만 대고 떠드는, 주최측 위주의 한 건 올리기 행사에 그치고 있다.

북한의 어려운 사정을 모르지 않지만 이번 대표단처럼 돈을 놓고 낯을 붉히는 모습은 순수하게 북을 도우려는 사람들 마음까지 상하게 한다. 남북이 이런 식으로 어울린들 뭐가 남겠느냐는 회의와 불신을 키워 남북교류를 좁히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북측은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현 상황에서 남북교류의 의미를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최소한 돈 문제에 관해서라도 절제의 훈련을 쌓아갈 필요가 있다. 이번 제주 소동은 남북간 교류의 양(量)이 많을수록 남북간의 이해의 질(質)이 깊어진다는 단순한 도식이 착각임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