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근로자 전세자금 대출을 받으려 했던 박모(38)씨는 황당한 경험을 당했다. 중소기업에 다녀 신용 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신용보증서가 발급되지 않아 대출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박씨가 다니는 회사는 직원이 30명 정도 되는 중소기업. 박씨는 “중소기업 직원이라고 해서 대출도 받을 수 없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여의주씨도 “카드 연체 한번 없는데도 남편이 중소기업에 다닌다는 이유로 보증서 발급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정부 전세금 대출만 믿고 전세를 계약했다가 계약금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최근 신용보증기금이 정부 정책 자금인 ‘서민·근로자 전세자금’ ‘영세민 전세자금’ 신청자에 대한 보증서 발급을 제한하는 바람에 서민들이 전세자금마련에 애를 태우고 있다. 국민주택기금을 재원으로 한 서민·근로자 전세자금은 대출 금리가 5.5%(영세민 전세자금은 3%)로 낮은 데다 그동안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서만으로 대출이 가능했다. 전세 자금 재원인 국민주택기금은 최근 로또 수익금 등으로 기금이 남아 돌지만 신용보증기금이 최근 부실을 우려 보증 대상자를 대폭 축소했다. 신용보증기금은 종전에는 신용등급 1~10등급 중 8등급까지 보증서를 발급했으나 최근 6등급 이상만 보증서를 발급해주고 있다.
신용등급 발급 대상에서 새로 제외된 7·8등급자들은 대출 신청자의 평균 60% 정도로, 중소기업체 직원이나 일용직·자영업자 상당수가 보증서를 발급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금융계는 파악하고 있다. 국민은행 구로지점 윤성민 과장은 “지난 주 5명의 근로자·서민 전세자금 신청자 중 상장사 직원 1명만이 보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며 “일용 근로자 등 영세민 전세자금 대출은 거의 중단상태에 빠졌다”고 말했다. 보증서를 발급받지 못하는 신청자들은 연대보증인을 구하거나 서민·영세민 전세금 대출(이자 3~5.5%)보다 이율이 훨씬 높은 9%대의 일반 전세자금 대출을 신청해야 한다.
하지만 일반 전세자금대출도 역시 신용평가 기준이 강화됐기 때문에 대출을 받기는 쉽지 않다. 이에 대해 신용보증기금 관계자는 “10여개 항목의 개인 신용을 평가해서 보증서를 발급하므로 특정 직업군이나 중소기업을 차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