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단협 결렬 등에 항의하며 대형 크레인 위에서 고공(高空) 농성을 해오던 한진중공업 김주익(40) 노조위원장이 크레인 위에서 스스로 목을 매 목숨을 끊었다.
17일 오전 8시50분쯤 부산 영도구 봉래동 한진중공업 내 35m 높이의 대형 크레인 운전실 옆 기둥에 김 위원장이 밧줄에 목을 매 숨진 상태로 동료 조합원들에게 발견됐다. 경찰은 이날 오전 6시30분쯤 김 위원장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노조측은 “김 위원장이 사측의 불성실한 교섭태도와 임·단협 결렬에 항의하며 지난 6월 11일 크레인에 올라가 129일째 농성을 계속해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의해 지난 2일 노조 간부들과 함께 사전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다.
크레인 운전실에서 발견된 자필 유서 2통에는 “나의 주검이 있을 곳은 85호기 크레인이며 이 투쟁이 승리할 때까지 나의 무덤은 크레인이 될 수밖에 없다”며 “나 한 사람이 죽어서 많은 동지들을 살릴 수 있다면 그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적었다. 가족과 동료 조합원 앞으로 보내는 이 유서들은 각각 지난달 9일과 지난 4일자로 작성돼 있었다.
한진중공업 노사는 기본급 인상, 노조에 대한 손배가압류 해제, 노조 간부 해고자 복직 등의 문제를 놓고 지난해부터 갈등을 빚어왔다. 노조측은 기본급 7만5000원 인상, 성과급 100% 지급, 격려금 50만원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사측은 노조의 기본급 인상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격려금 50만원을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측이 전면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7억4000만원 상당의 손배가압류의 경우 사측은 철회가 어렵다는 입장이며, 지난해 해고된 노용준 노조 부지회장의 복직문제에 대해서도 노사는 팽팽히 맞서고 있다.
사측은 이날 오전 11시쯤 김정훈 사장을 비롯, 임원 32명 가운데 출장 중인 이사를 제외한 25명이 대책회의를 가졌다. 사측은 섣부른 대응책 마련이 오히려 노조를 자극할 수 있다고 보고 노조측 동향을 봐가며 장례지원 등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한편 한진중공업 노조원들은 이날 항의집회를 두 차례 개최한 데 이어 민주노총 부산지역 본부가 18일 한진중공업 규탄 및 김 위원장 추모대회를 개최키로 하는 등 노동계 반발이 거세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