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인도 콜카타 ‘사랑의 선교회’에서 팔 없는 여아를 안아 든 테레사 수녀의 눈빛이 자애롭다. 테레사는 이듬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고, 1997년 9월 인도 국장(國葬)으로 치러진 장례식에는 전 세계 150만 추도객이 참석해 그녀의 죽음을 애도했다.

세상은 증오로 살기엔 기나긴 권태요, 사랑으로 살기엔 짧은 환희다. 가장 낮은 곳 헐벗은 이들을 향해 믿음과 섬김의 사랑을 실천했던 마더 테레사(1910~1997)는, 세상을 밝히는 등불의 기름이길 바랬던 생전 소망 그대로 세인들의 가슴에 여전히 온광(溫光)으로 살아 있다.

다른 이들이 가지려고만 들 때 나눔과 베풂으로 기쁨을 누렸고, 가난한 삶에서 자유를 느꼈던 ‘빈자(貧者)들의 어머니’. 바티칸은 오는 19일 시복식(諡福式)을 열어, 고(故) 테레사 수녀를 성자(聖者) 다음의 가톨릭 품계인 ‘복자(福者)’ 반열에 올린다. 책(원제: Heart of Joy)은 그녀의 강연·대담·기자회견·연설 등에서 인용·발췌해 엮은 ‘사색을 부르는’ 어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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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을 만든 자는 우리 자신입니다. 가난한 사람은 고통과 고된 일이라는 ‘자원’을 지닌 가장 소중한 사람입니다.” 테레사는 가난은 ‘경이’이며, 그것을 체험하는 자신을 ‘행운아’라고 했다. “가난을 어머니처럼 사랑하고, 단순한 가난의 길에 머무십시오”라는 수녀의 가르침은 범(汎)종교적 ‘무소유’ 사상에 닿은 듯 하다.

테레사 수녀가 특히 경계하는 것은 영적(靈的)인 가난, 물신(物神)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영적 생활의 열매는 가난한 사람을 섬기는 것입니다.” 수녀는 “부자와 빈자는 서로를 구원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계급투쟁이 아닌 계급 간 만남입니다”라고 말한다.

테레사는 삶을 기꺼이 고행(苦行)으로 받아 들인다. 수녀가 말하는 순결·완전한 사랑에는 고통이 따른다. “고통이 따를 때까지 베풀고, 쓰다 남은 것을 주려 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수녀는 “고통을 겪는 것은 하나님의 심부름꾼으로서 아름다운 소명입니다”라고도 했다.

수녀의 사랑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뚜렷한 대상을 향해 있다. “나는 구체적인 개인들이 서로 사랑하도록 도우라는 부름을 받았습니다. 일반 대중을 생각했다면 아무 일도 하지 못했겠지요. 나는 구체적인 개인을 생각합니다.”

마케도니아(구 유고슬라비아) 스코페에서 테어난 테레사(본명 아그네스 공스하)는 수녀가 되려는 꿈을 12세에 처음 가졌고, 18세 때 수녀원에 들어간 뒤로는 단 한번도 어머니와 만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런 테레사가 극한의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가정(모성애)’과 ‘(태아의) 생명존중’이다.

“사랑과 불행 모두 가정에서 싹틉니다. 하나님은 작은 일을 큰 사랑으로 하라고 여자를 지으신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는 우리 자녀들에게 가정의 따뜻함을 제공하고 있습니까?” “이기심에 사로잡힌 어른들이 신의 선물인 아이의 생명을 해치는 나라는 지족하게 가난한 나라입니다.” 수녀를 ‘인류의 마지막 모성’이라 칭하는 것은 가족애와 낙태반대 운동에 헌신한 그녀의 실천에서 연유한다.

테레사는 하늘의 계시에 따라 1950년 인도 콜카타(옛 캘커타) 빈민가에 ‘사랑의 선교회’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세상을 사랑으로 채색해 갔다. 수녀는 “나는 모든 인간에게서 신을 봅니다. 나환자의 상처를 씻을 때 느낌은 그리스도를 돌보는 듯한 아름다운 경험이에요”라고 했다.

‘하나님의 몽당연필’이고자 했던 테레사는 자신과 동역자(同役者)에 대해서 만큼은 지극히 엄정했다. 테레사는 갖는 것을 ‘죄악’으로 여겨 노벨 평화상(79년) 상금을 나환자 구호소 건립기금으로 내놓았고, 심장병으로 죽음의 문턱에 섰을 무렵엔 “내게 드는 치료비 때문에 가난한 이들이 치료를 못 받을 수 있으니 내가 돌보던 가난한 이들처럼 그냥 떠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선교회 수녀들에게는 “모금하거나 돈 버는 일을 삼가십시오. 우리는 우리가 한 일의 양이 아니라, 일에 쏟은 사랑의 무게로 평가받는 것입니다”라고 했다.

테레사는 겸손을 진리와 다르지 않다고 했다. “우리가 겸손하다면 우리를 해칠 것이 없습니다. 칭찬도 업신여김도 우리를 해치지 못할 것입니다.” 수녀는 자신의 봉사 활동에 대해서도 ‘고통의 대해(大海)에 떨어뜨리는 한 방울 구원’이라고 낮췄다.

테레사는 동정이 아닌, 탁월하지 않더라도 멈추지 않는 완숙한 사랑을 수행했고 전파하려 했다. “불행은 굶주림·주거박탈·질병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나 혼자뿐이라는 생각, 아무도 나를 원치 않는다는 생각, 사랑받지 못한다는 생각이야말로 불행 중 가장 큰 불행입니다.”

서로 불행을 주고 받는 데 익숙한 속인들의 어리석은 삶. “그들이 외로움에 떨 때, 그들이 버림받았다고 느낄 때, 우리는 그들을 이해합니까? 우리는 그들 곁에 있습니까?” 언뜻 간명한 듯한 질문에 담긴 속 깊은 가르침이 귀 울림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