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식 사회부 차장대우

꼭 10년 전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이 외롭게 부르짖었다. “바꾸라.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 경영인들이 혁신적인 사고 전환을 하라는 뜻이다. 이 주술(呪術)이 너무 강력했나. 변함없이 곁에 남겨둬야 할 마누라까지 막 바꾸는 세상이 된 것 같다. 부부끼리 배우자를 바꿔 성관계를 즐기는 스와핑(swapping)이 적발돼 장안의 화제다.

서울 강남경찰서 A형사는 이번 스와핑 수사를 위해 두 달간 스와핑 고객으로 위장 잠입했다고 한다. 인터넷을 통해 퍼져 있는 스와핑 사이트가 수십여개에 달해 장소를 물색하는 데는 어려움은 없었다. 그는 ‘짜릿한 경험을 추구하는 모임(짜경모)’이라는 인터넷 카페를 골랐다. 이런 사이트일수록 가입 절차는 까다로웠다.

기본 테스트를 통과하자, 결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주민등록등본을 요구했다. 신분 노출이 염려된다고 하니, “결혼 사진을 보내라”고 했다. 그는 사진관에서 다시 한 번 예복을 입은 채 결혼 사진을 찍었다. 그 뒤 대화방에서 그는 연일 자신의 성 체험에 대해 장광설을 풀어놓았다.

이런 열성에 정식 회원으로 인정됐고, 비밀 모임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는 동료 여경을 대동해 부부처럼 들어갔다. 모임에서는 상대방의 신상을 꼬치꼬치 묻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사이트 관리자는 그를 “흑무단씨(그의 인터넷 아이디)는 강남지역에서 안정된 일을 하고 계십니다”라고 소개했다.

참석자들은 외견상으로는 여유 있고 점잖은 것 같았다. 그의 상대는 미국계 회사에 다니는 40대 부부였다.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서로 탐색한 뒤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서로 옷 벗는 상황으로 진전되기 전, 그는 “우리 부부는 아직 초보니까 오늘은 이만”이라며 먼저 나왔다. 아무리 잠입수사라고 해도 옷 벗는 선까지 갈 수는 없지 않은가. 몇 번의 접촉으로 그는 노래방에서 부부 4쌍의 스와핑 현장을 잡아낼 수 있었다고 한다. 스와핑 사이트를 운영하는 이가 바로 그 노래방의 주인이었다.

A형사는 두 달간 잠복 근무 끝에 드디어 미풍양속을 해치는 현장범을 체포했던 것일까. 글쎄, 성인들이 서로 합의하에 성관계를 즐긴 게 무슨 죄가 되며 자유재량에 의한 쾌락(快樂)이 어떻게 사법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가. 풍기문란사범에 혹 저촉되지 않을까 생각할지 모르나, 밀실 속에 감춰진 이들의 성관계가 남들에게 피해를 준 것 또한 없다. 이 끈길진 수사의 결론은 이들에게 노래를 불러야 하는 공간에서 성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한 노래방 주인을 식품위생법위반 혐의로 처벌하는 걸로 매듭됐다.

A형사는 스스로 이런 평가를 했다. “전국적으로 스와핑 사이트 회원 숫자가 6000여쌍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는데, 현행 법률상 스와핑에 대해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걸 당사자들이 더 잘 알아요. 이러니 숫자가 더 늡니다. 물론 저도 법적으로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요. 그러나 이런 식으로 실태를 알려주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일단 당사자들은 도덕적으로 수치심이 생기겠지요?”

정말 그럴까. 참고인으로 경찰서에 조사받으러 나온 한 스와핑 사이트 운영자는 기자들의 질문세례를 받았다. 그는 스와핑 경력이 3년 됐다고 한다.

-왜 스와핑을 하게 됐는가?

“단지 권태로워서.”

-그럴 때마다 죄의식은?

“죄의식보다는… (경찰에 출두해야 하므로) 후회는 한다.”

이 사내는 스와핑에 대해 “실제 부부들이 원해 모였고 부부금슬도 좋아졌다”는 옹호 발언을 죽 늘어놓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스와핑은 부부 생활을 보다 원활하게 해주는 레크리에이션 활동이자, 권태감에 빠진 부부의 정신 건강을 정상화시켜주는 데 효력 만점의 치료법이라는 말인가. 지금 우리는 법으로나 도덕률로나 어떻게 해볼 수 없는 부부 해체의 시대에 살고 있는가.

(최보식 사회부 차장대우 congch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