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작열하는 여름이면 땡볕을 피해 그늘이 있는 곳에서 쉬고 싶은 것이 우리의 소박한 희망이다.

하지만 도심 주택가 골목길을 걷다 보면 이런 생각이 단지 ‘희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예전 골목길엔 장미·라일락·진달래·목련·단풍나무·은행나무·감나무 등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하지만 현 정부가 시행하는 재건축 용적률 조정 때문에 단독주택을 허물고 새로운 빌라가 들어서면서부터는 꽃과 나무들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서울시청 지적과와 관할 송파구청 건축과에 문의해보니, 건축법 제32조에는 200㎡(약 60평) 이하는 조경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이 있다고 한다. 200㎡ 이상과 이하를 구분하는 통계자료가 있느냐고 문의하자 그런 통계자료는 없다고 하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주거지는 면적 200㎡ 이상보다 이하가 더 많다. 그런데도 그것을 무시한 채 법률 적용만 하다 보니 주택가가 삭막하기 그지 없을 뿐 아니라 재색이 햇빛에 반사되어 복사열로 인한 지열로 골목길 자체가 바로 찜통이 된다.

행정당국에 묻고 싶다. 지금 신축되고 있는 200㎡ 이하 빌라의 작은 공간들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않으면서 그대로 방치해 두는 것이 옳은 것인가, 아니면 주거지 부근에 공원 조성을 할 수 있는 녹지 면적이 많이 확보되어 있다는 것인가. 이도 저도 아니라면 그곳에 조경을 하여 환경을 살려야 한다고 본다. 친환경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볼 때, 한시라도 빨리 녹지환경개선책을 강구해서 더 이상 도시의 주거환경이 손상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도시 주택의 골목길에서 햇빛이 반사되는 회색보다 주거지 담벽에 누워있는 장미 넝쿨과 고개를 내미는 나무들을 보고 싶은 것이 우리들의 바람이다. 쾌적한 주거지 환경이야말로 우리 후손들에게 대대손손 물려줘야 할 가장 소중한 쉼터이자 삶의 공간이다. 현실에 맞지 않는 건축법이라면 타당성과 실효성에 맞게 재검토되어 도시주거지 환경을 살려야 할 것이다.

(김상채 42·자영업·서울 송파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