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대 초 호주의 오지(奧地)에서 태어난 원주민 자녀들은 불행했다. 가족들로부터 그들을 떼내 백인들의 하녀로 키우는 야만적 정책이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됐기 때문이다. ‘토끼 울타리’(Rabbit-Proof Fence·17일 개봉)는 호주 지가롱에서 있었던 그 생이별의 실화를 생생하게 되살렸다.
몰리·그레이시·데이지 등 원주민 여자아이 3명은 지도 한 장 없이 수용소에서 탈출한다. 엄마가 보고 싶어서였다. 배를 곯아가며, 발이 부르튼 채로 토끼 울타리를 따라 걸어간 2000여㎞의 고단한 귀향길에서 그들은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이제 80세가 다 된 실제 몰리와 데이지의 모습까지 볼 수 있는 ‘토끼 울타리’에는 그리움의 힘이 묵직하게 실려 있다. 온몸이 상처 투성이가 될수록, 추적자가 가까워질수록 더 강렬한 눈빛을 뿜어내는 어린 배우들의 연기는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이다. 긴장과 안도감을 주는 여러 에피소드를 리듬감 있게 배치하고 아이들의 시선을 통해 상황을 바라보는 연출력이 단조로울 수 있는 여정을 피해갔다.
귀향의 길잡이가 돼주는 토끼 울타리는 농토와 황무지의 경계지만 인공과 자연이 만나는 상징으로 읽힌다. 정말이지 집은 그런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