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험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해피엔딩이 예정된 모험담들은 좋아한다. 낯선 미지의 땅, 팜므 파탈, 공공연한 위험, 재치와 신의 도움과 엄청난 보 물. 누군들 좋아하지 않을 수 있으랴.

주인공들은 찰과상만 입을 뿐이고, 적은 반드시 응징되며, 화려한 보물의 동굴은 전설로 남는다. 듣 고 있노라면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어 들썩들썩하지 만, 소심한 나에게는 지나간 모험담을 듣는 게 제격 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황 홀해할 수 있다는 것은 차선책으로 나에게 주어진 복이겠지만.

코르토 말테제를 처음 만난 것은 이탈리아 여행에 서였다. 로마 뒷골목에 자리잡고 있는, 휴고 프라트 의 모든 오리지널 그림책과 석판화 작품을 갖춘 작은 만화전문서점‘스파치오 코르토 말테제’에서였다.

세계를 유랑하는 외로운 선원이자 모험가인 코르토 말테제를 따라가는 여행은 그 낯선 필치와 사전지식 의 벽에 부딪혀 처음에는 힘들지만, 곧 빠져들게 된 다. 그 여행에서 구해온, 그가 다닌 곳을 표시한 세계 지도를 벽에 붙여놓고 나름대로 내 여행의 족적을 겹 쳐보는 경험도 꽤나 즐거웠다. 단순한 관광과 모험의 여로를 동일시할 만큼 바보는 아니지만, 상상은 가능 하지 않은가.

휴고 프라트의‘코르토 말테제 시리즈-켈트 이야 기’는 1917년에서 1918년까지 유럽을 다닌 코르토 말 테제의 행적을 그린 것이다. 베네치아, 아일랜드, 영 국, 프랑스를 돌면서 그는 수수께끼를 풀고 사람들 간의 복잡무변한 관계를 교묘히 헤쳐 지나간다. 아프 리카나 남미의 오지는 아니지만, 전쟁 중인 유럽 또 한 밀림만큼이나 위험하다. 포탄과 총알보다 조심해 야 할 것은 사람들의 욕심. “이 전쟁은 우리하곤 상 관없어. 우린 저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일을 하고 있 는 중이지”라고 말하는 악당들과 싸우는 그에게 있 어 전쟁은 배경일 뿐이지만, 그 속의 인간들은 펄펄 살아 있다.

냉정하지만 마음이 따뜻한 매력적인 그와 하는 여 행이 한층 즐겁기 위한 팁. 역사에 대한 풍부한 지식 을 갖출 것. 그렇다면, ‘전쟁이여 잘있거라’를 쓴 헤 른스트웨이(‘무기여 잘있거라’를 쓴 헤밍웨이의 패 러디)를 만나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책칼럼니스트 baxa@sugarspray.com